“부유식 해상풍력,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모델 개발

김용휘 마스텍중공업 대표가 750kW급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용휘 마스텍중공업 대표가 750kW급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겨울비가 부산 영도 남항 앞바다를 적셨다. 좁은 골목길을 통과하자 흐린 하늘 아래 70톤급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의 위용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 세계 4번째,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실증모델을 제작한 마스텍중공업의 전경이었다.

마스텍중공업은 부산 남항 일대에서 가장 큰 공장입지와 공유수면 면적을 가진 조선업체다. 1966년 ‘대한조선철강’으로 창립해 STX조선해양(2002년), 마스텍중공업(2016년) 등 몇 차례 사명이 바뀌었다.

국내 최초 강선(500톤급)과 컨테이너선(2000톤급) 등을 건조했고, 오일생산·화학탱크선, 가스운반선 등 각종 특수선 등을 제작한 높은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역사 있는 기업으로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휘 마스텍중공업 대표이사는 “대한민국은 BP, 토털,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석유메이저 기업에 가장 많은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를 공급한 국가”라며 “태풍이나 물결 높이 12m 이상 파도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는 해상플랜트를 제작한 역량을 갖고 있다. 이런 기술과 노하우가 해상풍력터빈 실증모델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마스텍중공업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R&D 과제를 수주한 후 지난 3년간 밤낮없이 공을 들인 결과,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실증모델(750kW급)을 보유하게 됐다.

김 대표는 해안 인근 수면을 입지로 둔 고정식 해상풍력에 대한 낮은 지역·주민수용성, 막대한 기초 설치비용과 값비싼 설치 선박 부족, 그리고 외산 대비 낮은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이제 막 태동한 부유식 해상풍력을 개발하는 게 시장 선점 효과나 국내 풍력자원 실정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실증모델은 내년 말 실증센터를 벗어나 울산 울주군 앞바다에 본격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해상에서 원유를 정제·저장·공급하는 FPSO는 앵커링 시스템(Anchoring System, 설치물 정착을 위한 보조장치)이나 다이내믹 포지션(Dynamic Position, 위성으로 위치 확인 후 제자리 회귀) 시스템을 통해 강한 파도·바람에도 쓰러지거나 제자리를 이탈치 않는다”며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해 막연히 사람들이 가진 불안감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실증모델을 제작할 때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선 실증사업을 위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앞 공유수면을 대여하는 절차에만 3년이 필요했다.

김 대표는 “지자체나 사업시행자는 입지대여와 관련해 100% 주민동의를 요구한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주민이 있는 당구장까지 찾아가 동의서를 받아온 적도 있다. 이는 지나친 공무 편의다. 고작 실증단계에서조차 이런 실정”이라며 “아무리 요건을 갖췄어도 정권이나 지자체장 교체 시 사업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는 등 일관성이 부족할 여지가 큰 것도 문제”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이어 “국가 에너지수급 등 중차대한 사안은 정부나 국회가 계획입지 법제화 등을 통해 주도적으로 지역·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국가 계획 역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R&D설계상 부족한 연계·연속성 역시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마스텍중공업의 부유식 실증모델은 생산 전력을 육지로 이송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버려진다. 정부가 R&D 설계과정에서 사후 전력송전과 전력생산 모니터링 등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750kW급 실증모델 개발 후 사후 사업화 과정에 대한 지원 역시 불투명하다.

김 대표는 “이웃 일본의 경우 교토대 교수가 2㎿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모델로 생산한 전력 현황을 휴대전화로 점검하고 있어 정말 부러웠다”며 “국가와 민간기업이 매칭투자를 하는 사업으로 전력판매를 통해 일정 부분 수익을 보전하는 길 역시 열어둘 법했으나, 일련의 R&D 설계를 세부적으로 연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용휘 대표는 “부유식 해상풍력은 향후 주목할 만한 시장이라 생각한다”며 “풍력을 잘 아는 사람과 바다를 잘 아는 사람이 서로 깊이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또 민간이 R&D와 사업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국가가 세부적인 계획과 지원정책 수립 시 연속·연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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