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영남본부장
윤재현 영남본부장

노동에 매겨지는 가격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 중 하나다.

수년전 노르웨이를 배낭여행할 때 겪었던 일이다. 베르겐에 있는 숙소를 찾아갔는데 문은 잠겨있고, 영어로 열쇠는 옆 집 당구장에 맡겨두었다고 적혀있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24시간 운영해야하는 숙박업소가 문을 잠그고 외국인 손님에게 옆 가게에서 열쇠를 받아가라니! 당구장에서 열쇠 받아 체크아웃할 때까지 호텔 직원은 볼 수 없었다. 오슬로로 가는 기차 안에서 숙박비가 카드 결제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인건비가 너무 비싸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조차 부러워하는 최고의 선진국 노르웨이에 대한 인상이 그러했다. 한마디로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특히 인건비가!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여행 할 때는 정반대다. 한국에서는 가격 때문에 부담스러운 전신마사지를 즐긴다. 단돈 만원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나라 마사지사들의 실력이 한국 마사지사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물가수준 등이 고려됐지만 노동에 대한 보상이 한국보다 덜 하기 때문이다.

비싼 인건비 때문에 사람 대신에 선진국에서는 자동판매기나 로봇을 사용하지만 후진국에서는 오히려 수지가 맞지 않다. 최저임금이 올라 노동의 가치가 올랐다는 것은 선진국의 특징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Go try it(그 급여로 가족을 부양해봐)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저 임금의 인상은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한국은 높은 자영업자의 비율 때문에 급격한 최저 임금 인상의 영향력이 크다. 24시간 편의점에서 사장도 잠은 자야 되기 때문에 알바를 고용할 수 밖에 없다. 용돈이나 자녀 학원비 때문에 일하는 알바의 아버지나 남편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근무해서 가족의 소득까지 고려하면 편의점 사장보다 알바의 집이 더 부자일 수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그러한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급한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빈곤가구 일지도 모른다. 최저임금을 받는 급여생활자라고 반드시 빈곤가구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여가 작더라도 가족이 모두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면 극단적인 빈곤가구는 벗어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을 주장한다. 부산은 타 지역보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가 우선적으로 돌보아야 할 대상은 최저임금 미만 급여생활자가 아니라 빈곤가구라고 할 수 있다. 실업급여 등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일자리 확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MB정부 때의 4대강 사업은 실패한 정책이었지만 일자리 확대에는 SOC사업이 최고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했다. 경제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SOC사업 축소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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