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광물자원공사 “해외 나갈 형편 아냐”

기업팀 박정배 기자
기업팀 박정배 기자

“그런 적 저희는 없습니다. 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구단이 돈이 없잖아요.”

지난 2005년 KBS ‘미디어 포커스’에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강력한 자금력으로 타 구단의 우수 선수를 영입하면서 우승의 숙원을 이룬 삼성 라이온즈 측에서 나온 이 발언은 개그 소재가 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이 인터뷰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마치 데자뷰와 같이 비슷한 말을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들었다.

“그런 적 저희는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지금 해외에 나갈 형편이 아니잖아요.”

지난 10월 1일 경력직으로 본지에 입사한 뒤 11월 말에 다른 일간지에 르포 형식으로 게재된 호주 광산 취재 기사를 읽고 나서 광물자원공사에 전화를 걸어 “혹시 출입기자단을 대동하고 호주 광산 탐방에 나섰냐”고 물은 뒤 들은 대답이다.

참고로 언론인 생활 7년 동안 스포츠·정치·사회 분야에 주로 몸담아 ‘경력 기자’라는 타이틀에 부끄럽게 현재 업무에는 아직 서투른 형편이다. ‘입사 초창기’라는 핑계를 대곤 하지만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서 광물자원공사의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로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무식함’에 대한 자책보다 더욱 와닿은 것은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의 인터뷰를 베낀 듯한 광물자원공사 관계자의 자조 섞인 답변이다.

한때 광물자원공사는 세계를 주름잡을 기세로 폭넓은 활동을 전개했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펼칠 당시 ▲멕시코 볼레오 프로젝트 ▲볼리비아 리튬 사업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유연탄 광산 사업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사업 등을 펼쳤다.

하지만 지금은 퇴출 위기에 몰린 처지다. 자원외교 이후 재무 건전성이 악화 일로를 걸었다. 매년 적자 행진을 걸은 끝에 2016년 끝내 자본잠식에 빠졌다.

광물자원공사의 현재 행보도 ‘안습’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을 통해 한국광업공단 출범을 추진하고 있지만 광해공단은 결사반대 입장이다. 폐광 주민도 광물자원공사는 애물단지 취급하며 광해공단과 발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있다. 철저한 을(乙)로 전락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가끔 ‘광산 안전 표어 및 사진전’ ‘김장 봉사활동’ 등의 소소한 움직임만 포착될 뿐이다.

지난 6월 1일 김영민 사장이 퇴임한 이후 광물자원공사는 반년 가까이 수장 공백 사태를 이어오고 있다. 당초 김 전 사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였다. 리더십 부재 속에 구성원들의 사기도 저하된 상태다. 그래서 ‘맘 놓고 해외도 못 나가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통산 8회 우승에 빛나는 삼성 라이온즈의 위와 같은 인터뷰 발언은 2005년에는 농담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진짜로 구단이 돈이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외부 FA(자유계약선수)는 안 잡아도 내부 FA는 확실하게 챙겼던 2011~2014시즌에는 통합우승, 2015년에도 정규리그 우승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박석민·최형우·차우찬 등 정상급 투타 전력을 타 팀에 내준 후부터는 그대로 몰락, 9-9-6의 순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3년 연속으로 실패했다.

다만 삼성 라이온즈와 광물자원공사의 다른 점은 삼성 라이온즈는 강민호·이원석 등 FA 영입에 해외파 이학주 입단으로 내년 시즌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지만 광물자원공사는 여전히 정부의 통합 결정만 숨죽이고 지켜봐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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