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향수 N°5, 백년이 지나도 디자인·향기 그대로
내가 가브리엘 샤넬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오랫동안 그녀를 생각하게 한 동기는 우연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995년 파리에 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요일이라 시내의 모든 숍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세느강변의 고서적이나 중고 서적을 파는 가판대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1951년 판 「모드와 기술」이라는 수십 년 전에 나온 잡지를 자료로 몇 권 사서 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샤넬 N°5’의 광고를 보고 놀라움과 감탄을 주체 할 수 없었던 일이 동기가 되어 그녀를 연구해보기로 하였다. 그 때는 인터넷이나 특별한 자료가 흔치 않을 때라서 겨우 캉봉가 21번지에 그녀의 첫 번째 숍이 있었고 아직도 31번지에 그녀의 숍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혼자서 지도를 가지고 그 곳을 찾아갔던 것으로 『가브리엘 샤넬을 찾아가는 길』 라는 이 스토리는 시작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느끼는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오래된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영원한 제국을 이루어 갈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다른 말로 ‘가브리엘 샤넬’의 출발이 영원성을 보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녀가 1950년대 잡지에 광고한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나와 같이 그녀를 천재라고 생각할 것이다. 샤넬 N°5 의 향수병 디자인이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적 수준을 보면 마치 ‘UFO’가 실수로 지구에 툭 떨어뜨리고 간 것 같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세련된 디자인과 이미지다. 그리고 향수의 향 또한 100년 가까이 된 지금도 그 향기를 능가할 향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천재라는 표현말고는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비아리츠에서 가브리엘 샤넬은 디아길레프, 미시아, 장콕토, 그리고 피카소와 같은 예술 엘리트를 사로잡는다. 이런 모든 것은 돈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녀는 ‘보이’가 대준 자본금으로 그녀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 그 당시 그녀의 연인인 보이는 영국과 프랑스에 석탄들을 납품해서 대단한 부자가 되었다. 그런 보이가 가브리엘 샤넬을 데리고 비아리츠로 휴가를 갔다. 그 당시 프랑스는 새로운 계급사회로 나누어져 있었다. 전장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 파리에서 떠드는 사람들, 도빌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비아리츠에서 즐기는 사람들. 미라마 호텔이나 팔레스 호텔은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비아리츠는 스페인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스페인 귀족들로 넘쳐났고 러시아 황제의 친척들도 와 있었다. 보이와 가브리엘 샤넬은 일 년 전 도빌에서 했던 경험을 비아리츠에서 다시 시도했는데, 지금까지 비아리츠에 이토록 화려하게 자리를 잡은 디자이너는 없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전쟁에 대한 자신만의 계획이 있었다. 비아리츠는 지리적으로 스페인을 사정권에 둔 전초기지 같은 곳이었다. 전쟁 중이지만 그 곳엔 원자재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반쯤 열린 문 뒤에 안전하게 자리잡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 확실한 쟁취 후 그녀의 전략은 캉봉가로 돌아가서 그녀의 본부를 세우는데 있었다. 그녀는 얼른 종전되길 원했다. 그리고 그녀의 동생 앙투아네트를 비아리츠에 남게 하고 많은 권력을 맡길 예정이었다.
계획은 1915년 7월에 구상되었다. 9월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가브리엘 샤넬이 자신의 결정이 얼마나 이득이 되는 일이었는지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 그녀가 해내리라고 짐작한 사람이 있었을까?
마드리드, 세인트 세바스찬과 빌바오의 스페인 왕실 주문 덕분에 비아리츠의 가봉실은 60명 이상의 재봉사들과 함께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운영되었다.
이 곳 비아리츠는 거리가 무척 멀어 쉽게 가기에 어려운 도시지만 이번 일정에서 반드시 둘러보아야 할 그런 장소였다. 지금부터 100년 전의 교통상황을 감안할 때 그녀의 사업수완과 능력에 불가사의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 불경기라고 모두들 힘들어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라고도 한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2차 세계대전보다 어려운 상황은 아닐 것이다. 전쟁 중에도 그녀는 어디로 가면 자신이 원하는 고객이 있는지를 읽었고 실행을 했다. 그녀가 비아리츠에서 메종 샤넬을 운영하던 자리는 지금 ‘아담’이라는 빵집과 책방이 영업하고 있다.
나는 그곳에 들어가서 한참동안 책구경도 하고 빵집에서 줄 서서 빵을 사면서 여러 가지를 느껴보려 노력했다. 짧은 일정이 아쉬웠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그런 휴양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