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던진 에너지전환 화두는 전력산업의 생태계 변화를 가져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20%인 63.8GW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중 한전 및 발전6사가 담당할 물량은 정부 목표의 82.6%인 52.8GW다.

전력그룹사들이 에너지전환을 이끌어가는 형국이 됐다. 대단위 투자도 뒤따른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전력그룹사가 투자하는 비용만 총 167조원에 달한다. 발전회사 개별 기업들의 투자비용이 적게는 15조원에서 많게는 25조원에 이른다. 전력회사의 고유 사업이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혁신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전력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소위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시장 자유화를 통해 에너지요금 결정권을 시장에 맡겼다. 또 산업구조 변화를 통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서 금융, 서비스 산업 등 3차산업 중심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에너지전환이란 화두 속에서 시장의 변화와 산업구조 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력 에너지공기업들이 수익성만을 좇을 수 없다. 이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혁신을 외친다.

전통 전력산업도 우리나라 산업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발전소를 건설 운영하고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은 물흐르 듯 이어져야 한다. 전 과정에서 양념처럼 꼭 필요한 것이 품질이다. 우리나라는 전기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기품질을 말할 때 인용되는 지표가 호당 정전 시간이다. 우리나라는 호당 정전 시간이 호당 3.02분으로 세계 최고다. 이런 경쟁력은 발전소변배전 과정에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겠다는 전력분야 장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전기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력산업 현장은 우리나라 최고의 안전도를 요구하고 있지만 워낙 위험한 환경 속에 노출되다 보니, 안전사고 제로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품질과 안전이란 기본화두에 이제는 전력산업에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분명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큰 물결이다. 물결을 이끌고 있는 분야가 전력산업이다. 전통을 지키면서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전력산업 전체에 내려졌다. 공기업 중심의 전력산업이 에너지전환이란 큰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산업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며,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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