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처드 탈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은 15년 전 심리학자인 다니엘 카너먼 교수에 이은 행동경제학의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은 매우 합리적·이성적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기 등 수많은 경제 정책의 실패 앞에서 유효기간을 잃었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주류 경제학이 상정하는 ‘합리적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경제 주체들이 때로는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적은 비용으로 호모에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를 특정한 행동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치 네덜란드 공항에서 소변기 한가운데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어 주변으로 새는 것을 막은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데이터 진흥주간(Data MAGIC Week)’에서 한국전기안전공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기화재 예측 지능정보기술을 시연했다. 그동안 축적해온 약 1억2000만건에 달하는 각종 전기설비의 검사와 점검 데이터들, 건축물이나 공간, 기상 등 여러 요인을 종합 분석해 화재 위험성을 미리 예측하는 알고리즘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최근 빅데이터 분석으로 태양광 발전 최적 입지를 선정했다. 분석에는 대구시의 3차원 수치표면모델(DSM),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태양광 설치·운영 정보 1만5000건, 일사량 등 기상청 데이터가 활용됐다.

금융권은 데이터 시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를 시각화 자료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빅데이터 워룸(War room)’을 만들었다. KEB하나은행도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적용한 ‘하나 빅 인사이트’를 구축했다.

데이터 시각화를 활용하면 데이터 분석에 대한 전문성이 없더라도 누구나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데이터에 기초한 의사결정(데시전, Data+Decision)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전성시대’라고 불릴 만큼 데이터가 사회와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뛰어넘어 데이터 인텔리전스, 즉 ‘데이터 지능’ 시대도 빠르게 열리고 있다.

과거엔 정보와 권력이 정비례 관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데이터 보유 자체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거기서 어떤 분석과 의사결정을 끌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듯 데이터의 나열, 데이터 축적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일정 수준의 데이터 확보를 상수로 놓고, 여기서 어떤 결과(의사결정)를 도출하느냐가 포인트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특유의 직관력, 통찰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도리가 없이 불완전하고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 판단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도구로서 매우 유용해 보인다.

어쩌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예상대로 비합리적인’ 인간의 의사 결정을 데이터 지능이 ‘승인’해주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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