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것 중에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이 있다. 이 제도는 말 그대로 전체 전력수요의 흐름을 보고, 과도한 전력소비가 이뤄지는 시기나 시간대(피크타임)에 전력소비를 줄여달라는 요청이 오면 이에 반응해 전력소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지금은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공장, 대형빌딩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국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가 유용한 이유는 기존의 에너지효율개선 정책(고효율 전자제품 사용, 대기전력 줄이기, 탄소포인트 제도 등)은 전반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력 소비량의 변화에 맞춰 그때그때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수요반응제도는 보통 개별 공장이나 빌딩 등 전력소비주체들을 10개 정도로 묶어서 ‘수요관리사업자’로 등록하고 관리한다. 그런데 묶음인 ‘수요관리사업자’는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의 일반발전사업자와 동일한 지위를 부여받는다. 즉 ‘수요관리사업자’는 일반발전사업자처럼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취급받는다. 이것을 쉽게 생각해보면 전력 공급이 필요할 때 전력소비를 줄여주면 이는 마치 전력을 공급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런 ‘수요관리사업자’는 ‘마이너스 발전소’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일반발전사업자들은 전력을 생산해서 팔게 되면 그만큼의 매출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수요관리사업자’도 전력소비를 줄인 만큼 전력을 생산했다고 간주하고 이에 합당한 가격으로 보상하고 있다. 이는 전력소비를 줄인 만큼 고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통에 대한 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 논리로 일반사업자가 공급이 필요한 때 전력을 공급해야만 하는데, 이를 어겼을 때는 시장에서 평판과 신뢰를 잃듯, 수요관리사업자도 전력수요를 줄여달라는 요청에 즉각,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반복 수준에 상응해 페널티나 자격박탈이라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수요관리사업자가 전력소비를 실제로 줄였는지 어떻게 사후에 확인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실시간 수요계측이라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은 아직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러한 실시간 계측은 하지 않고 있다. 해당 사업자의 영업비밀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부 허용되는 논리도 있지만 향후 지속가능한 수요반응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를 위해 ICT기반 스마트 계량시스템과 실시간 양방향 수요정보 획득이 필수요소가 돼야 할 것이다. 지금은 공장이나 사업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수요반응제도가 중소기업 공장, 소규모 사업장 및 상가 그리고 일반 가정까지 확대된다면 이러한 스마트 계측기기 보급과 시스템 확충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번에 공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 권고안’에도 이러한 기기보급을 위한 보조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의 필요성이 담겨져 있다.

한국의 에너지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에너지효율개선이다. 우리가 속해있는 OECD 국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물론 증가율은 하락하고 있다.). 특히 다른 에너지원은 소비 감소가 뚜렷한데 비해 전력소비만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력소비의 증가는 필수적으로 추가 발전설비 증설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2011년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와 같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추가원전계획 철회나 미세먼지로 인해 촉발된 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보류 등의 문제 역시 그 근본적 문제는 한국의 지속적인 전력수요 증가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여러 대안 중에서도 수요반응제도의 올바른 정착과 지속적인 포함부문 확대는 에너지, 환경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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