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아베총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이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정권이 말하는 통제는 방사능오염의 실질적 통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바꾼 방사선 기준치를 안전기준치로 둔갑시킨 속임수 전략이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 관련 기준치를 죄다 바꿔 버렸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 허용기준을 1밀리시버트(mSv)에서 20밀리시버트로 올려서 고농도방사능에 오염된 피난지역 해제와 주민귀환의 근거로 삼았다. 방사성폐기물의 기준치도 kg당 100베크렐(Bq)에서 8천베크렐로 대폭 완화해서 8천 베크렐 이하의 방사성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분류하여 재활용과 소각이 가능하도록 했다. 식품 방사능 검사도 핵종 검사 항목을 요오드와 세슘 두 가지에서 세슘 한가지로 축소하고 25베크렐/kg 이하는 불검출로 처리하는 등 식품검사법을 개정했다. 이제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7년 넘게 쌓아놓은 방사성오염수도 물과 섞어 희석한 다음 해양 방류 기준치를 맞춰 바다로 버리겠다고 한다.

방사성 오염수 문제는 아베정부 후쿠시마 복원전략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7년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방사성오염수는 태평양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3개의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매일 210여 톤 이상의 냉각수를 주입하기 때문이다. 이 냉각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고농도 오염수가 되어 원자로 지하와 터빈 건물에 스며들어 주변을 흐르는 지하수와 섞인다. 도쿄전력은 방사성오염수가 바다로 직접 방류되기 전에 펌프로 퍼낸 다음 핵종제거설비로 62종의 방사성핵종을 걸러 낸 처리수를 부지 내 탱크에 저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장탱크에 담기는 오염수는 일부일 뿐 지하수와 섞여 바다로 흘러나가는 방사성오염수를 막을 방법은 없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방사성오염수가 발생했는지 또는 어떤 핵종이 얼마만큼 방출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수년 전부터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이 정상가동할 때처럼 통제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방사성오염수의 방출을 통제할 수 도 없으며, 방출량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탱크 속 처리수에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핵종이 없는 것처럼 설명해왔다. 하지만 지난 8월 경제산업성이 주최한 후쿠시마 주민공청회에서 도쿄전력은 방사성오염 처리수에 삼중수소는 물론 세슘137과 스트론튬 90, 요오드 131 등 여러 방사성 핵종이 포함되었다고 실토했다. 전체 방사성 오염수 94만 톤 가운데 89만 톤을 분석한 결과 무려 75만 톤이 방사능 방출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그 중에서 스트론튬90은 기준치의 2만 배를 초과했다. 그런데 방사성 오염수를 통제해야 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오염수를 희석해서 바다에 버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도쿄전력보다 한술 더 뜨고 있다. 희석은 방사성 오염수 방류 기준치를 맞추기 위해 물과 섞어서 바다로 내보는 것일 뿐 바다에 방류되는 오염수 총량은 같다. 기준치를 맞추기 위한 속임수를 원전사업자인 도쿄전력과 일본정부, 규제기관이 한통속이 되어 벌이고 있다. 이들이 바다투기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장 값싸고 쉬운 해결책’ 이기 때문이다. 2016년 천연에너지자원부의 방사성오염수 처리방안 조사에서도 땅속깊이 주입하거나 고체화해서 묻는 방식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되었지만 그 중에서 해양 방류가 가장 값싼 옵션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와 도쿄전력 소유의 땅에 오염수를 쌓아놓을 방안 도 있지만 해양방류를 해결책으로 정해놓고 사업자와 정부가 함께 밀어붙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들에게 끼치는 방사능 피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했다. 문제는 WTO 1심에서 우리가 패소했다는 것이다. WTO 대응은 물론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에 맞서 엄중하고도 긴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류도 현실화되고 WTO 상소심에서도 우리가 패소하면 식탁안전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방사능오염을 주변국에게 강요하는 일본으로부터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관심과 행동이 필요할 때이다.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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