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남쪽 끝단에 있는 말뫼는 조선업을 견인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이 조선업에서 강세를 보이며 부침을 겪었다. 2002년엔 유명 조선소였던 코쿰스가 말뫼 시민들의 눈물을 뒤로한 채 현대중공업에 자사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팔았다. 조선 강자 도시로서의 명성을 뒤로한 채 쓸쓸히 퇴장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말뫼는 다시 태어났다. 버려진 조선소와 공장에 지식관련 산업을 유치하고, 태양열과 풍력, 지열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자립, 환경도시로 거듭났다.

지난 10월 30일 정부가 전북 군산 새만금에 4GW 용량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군산 경제는 현대중공업 조선소, 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태다. 정부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의 경제 유발효과로 민간 투자자금 10조원 유입, 향후 10년 간 재생에너지 기업 100개, 양질의 일자리 10만개 양산을 내세웠다.

새만금의 용도를 놓고 말이 많지만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합세해 재생에너지 발전소 조성을 위해 대규모 부지를 찾은 점, 에너지 전환과 경제 회생 방안을 동시에 해내겠다고 천명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다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서기 위해 대개 거치는 통과의례처럼, 새만금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전북도는 주민이 주주로 참여해 발전수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실제로 도입하는데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가는지 업계의 알만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다.

수지타산을 따지는 것, 또 관련 제도를 상세하고 칼같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주민들, 나아가 국민들이 재생에너지 정책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다. 군산 새만금이 한국의 신재생 랜드마크이자 스웨덴의 말뫼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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