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김영춘 전 부산국제교류재단 사무총장

지난 8월초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12배 면적, 인구는 1800만, 광대한 국토면적에 적은 인구가 살다보니 수시간을 달려도 인적은 드물고 구릉지대의 스텝지역 또는 사막지대이다.

과거 카자흐스탄의 인구 2백만의 수도였던 알마티에 내려 하루를 머물고 북쪽으로 3시간 거리의 탈디쿠르간에서 4일을 머물렀다. 탈디쿠르간은 알마타주의 주도로서 인구 15만의 도시다. 알마타주의 면적이 한반도와 같은 22만 km2에 86만이 살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인구가 희박한지 짐작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우리 한민족의 발원지라고 일컬을 만큼 혈연적 언어적 유연성이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1937년 9월 연해주에서 17만의 한인들이 기차에 실려 가면서 우스토베역에 처음 내린 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곳곳에 분산되어 살고 있다. 지금은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소수민족 중에서도 우수한 민족으로 지도층을 이루는 인사들도 배출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10만명의 한인들의 후손인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탈디쿠르간에서 북으로 50 km 떨어진 우스토베시를 방문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역이 있고 지나는 많은 사람들 중 우리 얼굴 모습을 한 사람들이 많이 띄어 고려인의 후손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0년 전, 연해주에서 수십일 걸려 강제로 짐짝처럼 실려온 한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사망하고 일부가 우스토베역에 내리자 걸어서 인근의 산언덕에 모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나지막한 구릉지대로 살얼음 같은 강한 북풍을 막아줄 수 있는 산언덕이었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토굴을 깊이 파고 거적을 구해다 숙소를 만들어 겨울을 나고 인근의 카자흐인들로부터 양고기와 식량을 얻으면서 간신히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이듬해 봄에 마침 가까운 호수로부터 강물을 끌어들여 논농사를 시작하여 카자흐스탄 지역에 처음으로 벼농사가 도입되고 지금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논을 보유한 지역이 되었다.

이번에 방문한 산언덕은 고려인들의 공동묘지가 되어 있으며 수년 전 주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에서 기념탑을 세워 한국 방문객과 고려인 후손을 맞고 있다. 지금은 관리부실로 일부 시설이 파손되어 있고 접근하는 도로도 정비되어 있지 않았다.

한인이 처음 정착했던 지역으로서 카자흐인들로부터 친절과 환대를 받았던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우호의 상징지역으로서 소규모 기념관을 짓고 토굴 막사도 재현해 놓으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 현지의 고려인들이 나서서 하면 좋겠지만, 우리 정부에서도 예산지원을 통해 성역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리 민족에 의해 처음 논농사가 시작된 지역으로 지금도 광활한 평지지역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와서 스마트영농을 할 수 있게 카자흐스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해 보면 어떨까? 광활한 평원에 태양광과 풍력도 가능하다. 장래에 남북 철도만 연결된다면 철로를 통한 물류이동도 가능하다. 인구가 없어 가만히 놀려두고 있는 땅, 수천년 전 우리 조상들이 발원하고 80년 전 다시 우리 조상들의 신산한 삶이 시작된 연고를 내세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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