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장
이완근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장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전력공급 인프라는 그동안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 주요한 발판이 됐습니다. 대량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산업설비에 대한 원활한 투자와 가동 그리고 편리한 생활환경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우리나라는 그 어느 국가보다 전력공급이 가장 집중화된 모습을 띄게 됐습니다. 원활한 중앙집중적 전력공급 체제 덕택에 많은 편리를 누렸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커져 갔습니다. 전력의 생산이 특정지역에 집중화된 현상이 대표적인 부작용의 예입니다. 전력의 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고압 송전탑 건설 등과 같은 송배전망 구축비용 부담이 늘고, 사회적 갈등도 야기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으며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우리는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가 오히려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충격에 취약한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 번 타격을 받으면 그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봤습니다.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에서는 전체 수요와 공급이 단 1초라도 맞지 않으면 전력계통망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분산전원에 기반을 둔 전력공급체제에서는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그 피해가 해당 지역의 계통망에만 일어납니다. 재해로 타격을 입었더라도 국소적인 피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회복이 빠릅니다.

분산전원은 전력 수요자 인근지역에 설치가능한 소규모 발전설비를 이용해 수요자에게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설치와 운영의 특성 때문에 분산전원의 핵심적인 전력공급원은 태양광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됩니다. 재생에너지의 기술발전과 가격하락이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분산전원체제로의 이행은 더욱 가속을 받게 됐습니다. 에너지와 인터넷 및 통신기술과의 접목, 전력망에 대한 지능제어 기술의 개발 등 연관 기술과 산업의 발달도 분산전원의 몸값을 올리고 있습니다. 독일·영국·일본·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같은 주요 국가 혹은 지역에서는 분산전원이 활발하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분산전원의 확대의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3020과 같은 관련 정책도 분산전원의 확대에 필수불가결한 정책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우리의 현실을 보면 분산전원의 확대라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주행하는 모습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태양광발전에 대한 지자체의 규제가 그런 사례입니다. 태양광발전이야말로 쉽게 설치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을 현지에서 생산해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지역친화적인 전원임에도 오히려 지역에서 배척을 받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아울러 분산전원의 확대는 단지 농촌 혹은 지방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도시의 미래도 분산전원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미래의 도시 모습으로 근래에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회에서 일명 스마트도시법이라 불리는 스마트시티 조성과 산업진흥 등에 관련된 법률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스마트시티 모델의 대표적인 검증사례가 일본 NEDO가 프랑스와 협력해 프랑스의 리용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던 스마트 커뮤니티 실증사업입니다. 프랑스 리용에서 진행된 이 실증사업을 보면 스마트시티의 중핵적인 구조가 분산 전원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태양광발전이 핵심이었습니다. 도시이든 농촌이든, 수도이든 지방이든 분산전원의 확대는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솔루션입니다.

따라서 더욱 더 분산전원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어민·주민 및 지역기업과 해당 지자체가 분산전원의 확대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주택에는 HEMS, 건물에는 BEMS를 구축해 스마트미터와 같은 양방향 통신으로 예측하고 전력을 주고받아 데이터를 모아서, 부족하지도 남지도 않는 디지털 관리(CEMS)가 가능해져야 합니다. 분산전원을 확대한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독일을 보면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이 그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지역주민 혹은 도시시민들이 태양광발전 등을 통해 에너지 소비와 생산을 겸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되고 이런 구조를 통해 분산전원이 더욱 확대되는 제도적·기술적·사업적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합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완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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