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 신도시 건설 필요한 북한에 더 적합”
“인프라 선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미래시장 선도”

북한이 뜨겁다.

올해 들어 남북관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북한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전에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 경제협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정치적 긴장이 해소된 덕분이다.

이 가운데 최근 민간 싱크탱크인 재단법인 여시재는 북한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펴냈다.

저자인 민경태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사진>은 새 책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를 통해 “한반도의 4차 산업혁명은 북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건축·도시설계 분야 학위를 딴 뒤 삼성전자 신기술·해외사업을 담당하다, 자력으로 북한학 박사까지 취득한 그는 ‘스마트시티’를 매개로 경협 이후의 한반도 경제통합 지형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지금 이 시점에 왜 북한인가, 또 그 중심에 스마트시티가 놓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게 그 도발적 상상력의 근원을 물었다. (편집자 주)

“북한에 대한 투자가 곧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스마트시티는 한반도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입니다. 북한 고유의 정치·경제체제와 그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요.”

민경태 팀장은 북한이 4차 산업혁명의 총화(總和)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에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오히려 스마트시티와 같은 신도시 개발은 인프라 수준이 낙후된 북한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도시개발이 완료된 지역의 인프라를 다시 해체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소위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죠. 반면 북한은 어차피 새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라 신도시 개발이 필연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최첨단 인프라 구축 시 효용성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죠.”

그는 최근 북한에서 감지되는 경제발전 계획의 변화된 방향성도 이러한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단순히 제조업 기반이 아닌 IT 등 기술 중심 국가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남한 기술력과 연계할 접점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북한은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과학·교육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더 큽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관련 일정이 포함된 게 그 증거죠. 이는 첨단 과학기술로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북한의 변화를 뜻합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은 이미 레드오션이니까요. 북한의 의지와 그들이 보유한 인재 및 유·무형의 물질적 생산요소를 활용한다면 우리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일찍이 광역경제권별 5대 경제특구 및 22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국가 산업단지와 유사한 지구도 있다. 평양직할시 은정 첨단기술개발구와 강남 경제개발구는 IT를 기반으로 한 기술 중심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북한 전체가 아닌, 이미 지정된 광역경제권·경제개발구를 우리의 경제구상과 연계하자는 제 주장의 골자입니다. 신의주-단둥-압록강 벨트, 평양-남포-숙천 벨트, 해주-개성-인천 벨트, 새만금-홍성-평택 벨트 등 8개 광역경제권으로 한반도 벨트를 구성하면, 남북은 물론 동북아 전체의 발전 동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행계획과 수반되는 비용의 부담 문제다. 민 팀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협력은 결국 양자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우선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이 전제되면 우리가 ‘선투자’를 감행할 명분이 서게 되고, 이후 인프라 환경이 구축되면 추가적인 지원 없이도 충분히 각 경제권이 자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가 선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장 북한의 경제 문호가 열리면 우리는 북한을 주목하는 서방 국가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북한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이자, 한반도 기간 인프라를 보호하는 노력이기도 한 것이죠. 일단 인프라만 구축되면 국내는 물론, 해외기업들의 참여도 충분히 이뤄질 것이고 ‘일방적인 투자’는 필요가 없게 됩니다. 우리가 남북 경협을 이끌어갈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울러 그는 경제개발을 중심에 두되, 흔히 ‘통일’로 대변되는 정치적 통일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일단은 현재 북한이 보유한 환경·조건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이후의 통합은 점진적으로 논의하는 게 양국에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잇따른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형성된 완화 분위기를 살려 남한이 좀 더 주도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제언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화합으로 가는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절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강경하지만 이례적인 인물들, 그리고 전에 없던 외교력을 보이고 있는 중재자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러한 삼각구도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경제개발을 원하는 북한에 노력에 부응해 우리와 미국이 빠르게 보조를 맞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상호협력을 통해 더 큰 이익 공유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 남북미 3국이 지금 이 시점에 가져야 할 공통의 인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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