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통일대박론’이 현 정부에 이르러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들어 급변한 남북관계에 국내 경제계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남북 경제협력의 가장 큰 장애물인 정치적 긴장이 해소되면서 자연스레 경협 재개의 효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의 지역·업종별 협동조합과 연합회 등 214곳을 상대로 실시한 ‘남북경협 인식조사’ 결과 10곳 가운데 6곳이 ‘남북경협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되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던 경제계의 민심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 할 만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기 전 통일을 경제 가치와 연계한 ‘통일대박론’을 꺼내들었다.

남북 관계 전문가와 연구기관들도 관련된 수치를 잇달아 내놓으며 이에 화답했다. 대표적인 예가 국회 예상정책처다. 2014년 11월 발표된 예산정책처 자료는 평화적 통일이 된다는 전제로 2016~2060년 통일의 경제적 편익 총액이 1경4445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최근 언급되는 수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동해안과 서해안, 남북접경지역 등 3대 경제벨트 지역을 H자 형태로 연결하는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을 밝힌 이래 편익 분석이 더 세밀하게 이뤄졌을 뿐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통일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후의 기대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게 중론이지만, 경협을 재개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보니 국회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북한 퍼주기’와 ‘북한에서 퍼오기’라는 새로운 프레임 등장한 배경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국가적 과제를 설정해 달성해 낸 서독과 동독의 통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가 크다.

독일 통일에는 20년 간 최저 1500조원에서 최대 3000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지만 결국 동독은 복지 확대, 서독은 동독 시장 확보라는 이득을 봤다는 게 오늘날의 평가다.

상황과 조건이 달라지면서 ‘남북통일은 대박’이란 명제는 전에 없이 선명해졌다. 최근의 화해 분위가 계속된다면 ‘남북 경제통일’은 우리의 예상보다도 더 빨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협의 적절성에 대한 설전은 소모적이다. 이제는 이행방안과 비용 분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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