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 확대로 시장 성장 기대했지만
예고 없는 중단통보에 업계 혼란

한전은 에폭시절연 고장구간차단기(EFI) 규격을 마련한 이후 업계에 지속적으로 관련 품목 개발을 장려해왔다.

시장 확대를 예상하며 EFI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최근 한전이 분산전원 접속개소의 EFI를 컷아웃스위치(COS)로 대체하겠다고 통보한 것을 두고 “EFI 사용을 늘리겠다던 기존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한전은 2015년 6월 EFI 자동형 규격개정을 단행했다. 시범사용을 거쳐 2011년 4월 EFI 사용을 결정한 이후 분산형 전원까지 품목 적용을 본격화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규격개정 이후 업체들에 EFI 개발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분산전원 확대 등 전력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존 보호기기만으로는 접속개소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당시 기존 고장구간개폐기(ASS)와 COS의 경우 점차 기능상의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ASS는 설치점 이후의 사고에 대응력이 떨어졌고, COS는 단상 고장 시 건전상 차단불가에 따른 결상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가 따랐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업계의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산되면서 태양광 등 분산형 전원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에 따르면 국내 배전 분야 분산전원은 2010년 1321MW에서 2016년 9429MW로 7배 이상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국내 중전기기 시장의 침체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 속에서도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이상 투자를 감행하며 EFI 개발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한전의 방침 변경 이후 업계의 기대감은 더 큰 실망이 돼 돌아왔다.

특히 한전은 그동안 개발을 장려했던 것과 상반된 지침을 내리면서도 사전에 이를 예고하거나 유예기간도 거치지 않아 업체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A업체 관계자는 “EFI 개발 장려 분위기를 조성했던 한전이 어떻게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며 “시장이 확대될 거란 얘기만 믿고 개발에 들어간 업체들은 납품 한 번 못해보고 손해만 보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일각에선 한전의 이번 지침이 미래 전력시장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진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COS를 사용하면 비용은 절감되겠지만 앞으로 분산전원이 확대되면 결국 수용력, 안전성 등에서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란 얘기다.

B업체 관계자는 “EFI는 기존 보호기기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며 “분산전원 확대로 용량이 500kW를 초과하면 COS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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