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석 의원, 철도공단 건설 단가로 철도사업비 산출
전문가들, “실제 사업비, 남북 공동조사 먼저 해봐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지난해 기준 ‘철도 건설 단가표’(자료제공=정양석 의원실)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지난해 기준 ‘철도 건설 단가표’(자료제공=정양석 의원실)

‘평양 공동선언’으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이 구체화되면서 구체적인 사업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미 회담과 대북제재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았지만 평양 정상회담에서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기로 하면서 사업 추진 가능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섰으나 어느 정도의 비용이 투입돼야 할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은 수천억 원과 수십조 원으로 상반된 사업비 추산치를 내놓고 있어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정양석 의원(자유한국당, 서울강북구갑)은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남북철도 사업에 42조여 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치를 내놨다.

지난해 기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철도 건설 단가표’로 추산할 시 경의선(개성~신의주) 14조6260억원, 동해선(고성~두만강) 27조7255억원 등 총 42조3515억원의 사업비가 산출된다는 게 골자다.

이 수치는 정부가 북한과 경제협력 재개를 목표로 남북철도사업을 논의한 이래 처음으로 나온 공식적인 추산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지난 9월 11일 판문점 비준 동의안을 의결하면서도 실제 사업을 위해 2019년 한 해 동안 필요한 비용을 2951억원(설계감리 1864억원·자재차관 1087억원)이라 제시했을 뿐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업비 규모를 밝힌 적이 없었던 탓이다.

이 때문에 판문점 선언 직후부터 일부 언론에선 출처가 각기 다른 여러 수치들이 떠돌았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북한 내 인프라 육성에 1천400억 달러(한화 약 156조원)가 필요하며 철도 사업비는 773억 달러(한화 약 86조원)가 소요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정 의원의 발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는 까닭은 이 추산치가 그간 거론돼온 수치들과 달리 나름의 산출 기준을 바탕으로 계산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의 철도 건설 단가표는 복선전철(110~180km/h)과 고속철도(250~300km/h)로 나눠 1km당 필요한 사업비를 각각 355억원·481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금액에 복선전철을 기준으로 경의선과 동해선의 총연장 412km·781km를 곱해 나온 사업비가 바로 42조여 원이다.

그러나 본지가 복수의 기관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산출한 사업비를 실제 비용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의 단가표는 국내 사업 기준이기 때문에 환경이 상이한 북한에 일대 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 기관 관계자는 “실제 사업비 산출에는 용지매입비부터 인력비용, 자재구매비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한다”며 “북한의 상황과 조건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건설비를 기준으로 산출한 추정치가 얼마만큼의 신뢰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비 추산은 현지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수 관계자들은 “경의선·동해선의 구체적인 사업비는 앞서 중단된 남북 공동조사가 이뤄진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 1일 대변인브리핑을 통해 “40조여원의 사업비는 남측 공사비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비용 추계는 현지조사 이후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공동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엔사 협의를 통해 현지조사를 하고 거기에 기반해 알려드릴 사안이 있으면 공유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