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수립 2차 공청회
3대 분야 11개 실행과제 제시
지역별 설명회 거쳐 10월말 최종 확정

18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주최한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2차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18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주최한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2차 공청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국민공감·국민체감·국민신뢰’를 원자력 안전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다.

18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주최한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2차 공청회’에서 이경용 원안위 안전정책과장은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안전에 대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를 요구했다”며 “국민공감, 국민체감, 국민신뢰 등 3대 분야에서 11개 실행과제를 추진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규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안전규제는 ▲주기적안전성평가(PSR) 강화 ▲원전 지진 안전성 강화 ▲원전 다수기에 대한 PSA 등 리스크 규제 강화 ▲핵연료주기시설 단계별 허가체계 도입 ▲사용후핵연료 및 고준위방폐물 안전규제 체계 확립 등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규제에는 ▲생활방사선 제품안전 강화 ▲전주기 방사능재난 대응체계 구축 ▲방사선 건강영향 평가 추진 등이다. 또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규제는 ▲안전규제 투명성 확보와 소통강화 ▲사업자 및 규제기관 안전문화 강화 ▲국내 고유기술기준 개발 추진 등이 포함된다.

이번 공청회에서 이경용 과장은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발전용원자로운영자는 원안법령에 따라 10년마다 PSR을 수행하고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 법령상 규제기관이 적극적으로 PSR 결과를 점검하는 데에 한계가 있고, PSR 평가기준도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자의 PSR 평가 수행 및 결과 제출만 요구하고 있어 원안위의 규제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장은 PSR의 개선방안에 대해 “원안위가 사업자가 제출한 PSR 평가결과에 대해 적절성을 확인하고 승인하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며, 원안위가 승인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구체적 승인기준을 법령으로 명확히 정할 것”이라며 “심사 결과, 승인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원안위가 의결한 경우에 승인기준에 만족할 때까지 해당 원자로의 사용을 정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10월까지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하고, 2021년 10월까지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라며 “PSR에 관한 시행령 개정은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2022년 시범적용하고, 2024년 이후 PSR을 적용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원안위가 생활방사선 대책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당초 서울 2차 공청회는 지난 6월 말로 예정돼 있었으나 대진침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잠정 연기됐다. 원안위는 생활방사선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이번 종합대책에 생활방사선 안전 분야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경용 과장은 라돈침대 사례로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가중됐고, 제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 수준을 감안해 생활방사선제품 규제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관리체계는 사후관리 방식으로 선제적 위해예방과 감시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천연방사성물질 위해성에 대한 인식 없이 제품에 사용되거나 새로운 유형의 제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원안위는 제품안전 확보를 위해 ▲통관단계 ▲제조단계 ▲유통단계 등에 걸쳐 단계별 조치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과장은 “공항·항만 등에서 방사선 감시능력을 강화하고, 생활방사선제품 제조·수입업자의 등록제도도 신설했다. 또 등록된 사업자에 한해 거래를 허용하고 거래 시엔 신고하도록 관리체계를 개편했다”며 “생활방사선은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연내로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원안위가 내놓은 종합대책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이번 종합대책이 문어발식 규제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간 지속적으로 원자력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해왔다. 원안위는 이번 종합대책이 실질적인 안전 강화라고 하지만 불필요한 규제가 추가되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PSR의 경우 실효성 문제가 있다. 2030년까지 원전 11기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데 설계수명이 10년도 남지 않은 원전에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꼬집었다.

이어 “최신기술기준은 10년마다 시행하는 PSR이 아닌 수명연장 시 적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도 “PSR에서 최신기술기준을 도입한다는 방안은 매우 강화된 것이다. 최신기술기준이 기존 기준보다 더 나은 기준인지도 불분명하며, 최신기술기준이 무엇인지도 불명확하다”며 “PSR의 의미와 활용방법, 평가방법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진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은 “최신기술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비해 안전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최신기술기준을 두고 갭(Gap)분석을 하려고 한다. 불명확한 기존의 기준이나 절차를 개선하고, 합리적으로 시행가능한 안전강화로 유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다수호기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석 전문위원은 “원전 다수호기에 대한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여기고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며 “현재도 실행이 가능한 물리적 성능개선이나 저감대책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다수호기를 보유한 원전부지에서 가동용량은 6GW가 넘는다. 만약 한 원전에 중대사고가 발생해 나머지 원전의 가동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중대사고뿐만 아니라 광역정전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지역별로 차단한다고 해도 광역정전을 막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잃고 중대사고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은 종합대책에 관해 사업자의 입장을 전했다.

전 부사장은 “사업자 입장에서 규제는 예측가능해야 한다. 사업자가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준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또 규제는 비용 편익 분석을 따를 필요가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도 안전개선이 미비하다면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안위는 영광(9월20일), 울산(10월4일) 등 지역별 설명회를 개최하고, 10월 말 원안위 회의에서 심의·의결을 통해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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