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변호사 (로와이즈 법률사무소)
이소영 변호사 (로와이즈 법률사무소)

2020년이 바로 코앞인데, 우리나라의 2020년 온실가스 목표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처음 수립된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국가 배출량을 2020년까지 5.43억톤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뒤, 이를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국내 법령과 여러 계획에 명시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목표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예상하듯이, 목표 달성은 진작에 실패했다. 최근 정부는 2030년까지의 감축경로를 제시하면서, 2020년 국가 배출량 목표를 약 7억톤으로 제시했다. 최초 수립했던 목표보다 무려 30% 가까이 배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초래된 걸까.

원인은 바로 두 차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한 손으로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펼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석탄발전소를 대거 늘리는 에너지정책을 펼쳤다. 그의 임기 중에 수립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0)에서 9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그의 임기 종료일에 발표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3)에서 11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추가되었다. 이후 취소된 몇 기를 제외하더라도 기존 석탄발전소의 용량을 절반 이상 늘리는 획기적인 조치였다.

톰슨로이터스의 분석에 따르면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추가된 화력발전소만으로도 배출전망치가 1억톤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 이 두 차례의 전력계획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은 완전히 물 건너간 셈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한 정부에서 환경정책과 에너지정책이 이렇게 따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인지 참 믿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 7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수정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2015년 파리협정을 앞두고 설정한 2030년 감축목표의 구체적 감축수단과 경로를 담고 있다. 그리고 올해 12월에는 5년마다 수립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엔 온실가스 목표를 고려한 에너지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까.

수정된 2030 감축 로드맵에 의하면, 전환 부문(발전·집단에너지)은 2,400만톤의 확정감축량 외에도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3,400만톤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 발전 부문으로 보면 작년 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예상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대폭 낮추어야 하니, 향후 10년간 석탄발전량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미 과거 정부에서 인허가된 신규 석탄발전소들이 엄청나게 지어지고 있다. 작년에만 7GW 상당이 신규 가동되었고, 2023년까지 신규 설비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더욱이 현 정부하에서 최종 인허가와 금융조달이 완료되어 곧 착공 예정인 삼척화력·강릉안인발전소의 용량 합계는 무려 4.2GW이고, 이 두 발전소에서 배출될 온실가스는 연간 3천만톤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 전력시장은 연료비가 싼 발전기부터 돌리는 급전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석탄발전소가 추가되는 족족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가스발전소의 발전량은 적어지고, 계통한계가격(SMP)이 하락하여 재생에너지의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이다. 즉, 이대로 가면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는 위태로워지고 석탄발전량은 꾸준히 증가·유지되는 석탄 위주의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 이 경우 2030 온실가스 목표가 물 건너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이미 국제사회에 약속한 감축목표를 한 차례 포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외신으로부터 한국이 ‘세계 4대 기후악당’으로 꼽히기도 했다. 심지어 이 실패는 빛나는 경제성장 때문도 아니며, 소수의 대기업에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값싼 전기를 쓰기 위해 지난 10년간 석탄 위주의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 온 탓이다.

잘못과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신규와 노후 화력발전소의 신속한 퇴출 계획, 전력시장의 급전방식 개선을 통한 석탄 발전량 축소 등 언제부터 어떻게 얼마만큼을 줄여 나갈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상위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명시되어야 내년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그에 따라 수립되고, 시장참여자들의 예측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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