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공통적으로 약속한 공약이 있다.

바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다.

후보마다 달성시기만 다를 뿐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린다는 약속은 동일했다.

심상정 후보가 가장 빠른 2019년을, 문재인·홍준표 후보가 2020년을, 안철수·유승민 후보가 2022년을 디데이로 제시했다.

때문에 이들 후보 중 누가 당선됐어도 매년 두자리 수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8년부터 16.4%, 10.9% 등 해마다 두자리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8350원까지 올랐다.

정부는 공약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눈길은 싸늘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인건비 상승압박에 내몰린 소상공인의 시각차가 크다는 점이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회의와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하는 등 민심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근본적 대책을 내놓기보다 그들의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내놓는 대책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일정 기간 정부 재정을 투입해 인건비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수준이다.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없는 ‘언 발에 오줌누기’ 대책들이다.

반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등 실질적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보이콧을 위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이달 중으로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율협약 표준 근로계약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영세 사업자들이 정부에 맞서 자체 기준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보도내용을 보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얘기는 쏙 빠졌다. 그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황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일본 10.4%, 미국 6.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들은 지난 1990년대 후반 IMF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직장을 잃고, 겨우 찾은 일자리가 자영업이었던 셈이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부의 재분배’가 아닌 자신의 쌈짓돈을 떼어 줘야 하는 ‘을(乙)과 을(乙’)감의 문제일 뿐이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고, 매년 일정금액을 높이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법을 강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방향은 맞아도 속도가 빠르다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이쯤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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