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7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커가 돌아오며 여행수지 적자 폭도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

정부 주도의 고용이 악화되고,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지만 반도체는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8년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87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122억9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2012년 3월부터 이어진 흑자기록은 77개월로 늘어났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데에는 반도체의 역할이 컸다. 상품수지는 114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 중 상품수출이 540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8% 늘었다. 한은 측은 가전제품과 자동차, 선박을 제외한 수출은 양호한 상태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는 31억2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24억5000만 달러)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2억9000만 달러)보다는 줄었다. 14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여행수지 적자 규모도 전년보다 3억1000만 달러 가량 축소됐다.

7월 출국자 수가 1년 전보다 4.4%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입국자 수가 122만5000명으로 24.4%나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이 중 중국인 입국자는 1년 전보다 45.9%, 일본인은 35.1%가 각각 증가했다.

우려도 있다. 경상수지가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했지만 한은은 지난 7월 하향 조정한 연간 전망치 650억 달러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이 여전하지만 수출 규모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경상흑자 규모는 384억 달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29억 달러, 2016년 628억 달러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국제 유가의 상승세는 여전히 고민거리다. 우리를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수출과 달리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경기와 일자리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사상 최장인 77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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