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피워나가는 긴 여정 즐기며
공공이익 위한 아름다움 추구해야죠”

(편집자주) 한국 도심의 불빛은 화려하고 눈부신 형태로 진화해 왔다. 하지만 당시의 조명은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밝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시대가 흘러 조명을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변화의 일선에는 조명디자이너들이 있다. 작은 제품에서부터 도시 전체를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개성을 담고 있는 조명디자이너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김강운 디엔씨디자인 소장이다.

“조명디자이너는 사적 영역을 다루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적 영역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죠. 사회적으로 생소한 직업군이지만 빛을 피워나가는 긴 여정을 즐기며 저의 본분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강운 디엔씨디자인 소장은 조명디자이너를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디테일한 감성 조명으로 가득 채워가는 라이트 메이크업 아티스트(Light makeup artist)라고 정의했다.

공간에 대한 빛의 적정성을 고민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조명 본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가는 예술가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대부분 디자인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표현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공간은 각자만의 특성을 갖고 있고, 그 부분을 채워가며 고객들에게 빛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게 저의 일이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제 능력을 발휘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김 소장은 1996년 조명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빛을 이용해 예술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해왔다. 2000년대 초 경부선과 호남선의 철도역사 조명디자인 마스터플랜부터 명동성당, 서울역사복원사업, 2014 인천아시안게임 계양·남동경기장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조명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특히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수놓았던 조명이 그의 작품이다.

“한 개인으로 정말 영광스러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자국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열린다는 점도 가슴 벅찬 일인데,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는 경기장을 장식하는 조명을 디자인했다는 자체가 무한한 영광이었죠. 한국적인 은은함을 기본 베이스로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야겠다는 구상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강릉하키센터 경기장의 경우 강원도에 내리는 자연눈과 LED눈이 조화롭게 내리는 상황을 연출했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빠르게 달리는 선수와 직선미를 살려 수직으로 빛을 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러한 연출 의도가 관람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돼 기뻤습니다.”

그는 국내 조명디자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국내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인정받기 위해 인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비용과 역할의 한계 등에 부딪히며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명디자이너가 자신의 창작물을 온전히 인정받고 이를 통해 냉철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향유하는 사회가 조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강운 소장이 설계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위)과 강릉하키센터 경기장.
김강운 소장이 설계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위)과 강릉하키센터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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