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원천기술 확보로 ‘시스템 외산화’ 탈피
ETCS 레벨2 호환돼 해외시장 진출도 기대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 KR연구원이 개발 완료한 ‘철도통합망(LTE-R)을 이용한 열차제어시스템(KRTCS2)’ 개념도.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 KR연구원이 개발 완료한 ‘철도통합망(LTE-R)을 이용한 열차제어시스템(KRTCS2)’ 개념도.

무선통신 기반의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이 내년 하반기 중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오는 10월 시스템 적용 노선에 대한 설계용역을 착수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 KR연구원(원장 김도원)은 코레일·전자통신연구원을 비롯해 현대로템·LS산전·포스코건설 등 기업과 함께 ‘철도통합망(LTE-R)을 이용한 열차제어시스템(KRTCS2)’을 개발했다. 투입된 연구비는 총 339억원으로, 연구개발은 3년 반 동안 진행됐다.

그동안 국내 철도업계는 신호분야 원천기술이 없어 신호시스템 구축 시 전량 외산시스템에 의존해왔다. 비싼 비용에 따른 사업비 증대와 유지·보수의 불편함 등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KRTCS2가 개발됨에 따라 신호분야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시스템 국산화로 인해 사업의 효율성이 크게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계 최초로 LTE망에 기반한 신호체계를 확보함에 따라 국내 철도업계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RTCS2는?=이번에 개발된 KRTCS2는 국제 표준방식인 ETCS(European train control system) 레벨2와 호환되고 400km/h까지 고속으로 이동하는 열차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 신호시스템이다.

기존 철도에서 VHF·TRS 기반의 열차방호시스템(ATP)을 적용해온 것과 달리, 4세대 무선통신기술인 LTE망에 최적화해 무선제어를 구현한 게 특징이다.

KR연구원은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호환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지금까지는 철도 노선마다 일반 ATP를 비롯해 고속 ATC(자동열차제어장치), 광역 CBTC(무선통신열차제어장치) 등 서로 다른 시스템이 적용돼 연계운행이 어려웠다. 공용노선이 많은 국내 철도환경에서 난점으로 꼽혀왔던 부분이다.

KRTCS2는 이러한 열차제어시스템 체계를 단일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국가철도망에 적용하면 열차운행 효율향상으로 약 16%의 수송용량 증대와 총 1조8000억원의 건설비용 및 유지보수 비용 절감, 약 1조3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예상된다.

여기에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ATP 호환성까지 확보함에 따라 해외시장 진출 기반도 다졌다.

아울러 이 시스템은 국내외 공인기관의 안전성 검증도 마무리했다. 우선 국제안전평가기관(독일 TUV-SUD)에서 안전무결성 기준 최고 등급인 SIL4 인증을 획득했다. SIL4 인증은 안전무결성 기준 최고 등급으로, 안전성 확보수준이 99.99% 이상, 실패확률 0.01% 이하, 예상치 못한 장애발생 가능성이 1만∼10만년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으로부터 호남고속선 현장검증시험을 받아 공인기관 시험성적서도 받았다.

◆상용화 문턱 어떻게 넘을까=국내에선 지난 2003년 최초의 고속철도 노선인 경부고속선이 도입되며 신호 기술 국산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그러나 신호시스템 개발은 상용화의 문턱에서 고초를 겪었다. KRTCS2보다 한 발 먼저 개발된 KRTCS1(도시철도용)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개발이 완료된 이 시스템은 3년여간 상용화가 지연되다가 얼마 전 신림선·동북선 등 2개 경전철 노선 도입이 확정됐다.

연구원은 이러한 난맥상을 타개하기 위해 국토부와의 면밀한 협의를 통해 상용화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공단이 발주한 전라선(익산~여수) 사업은 KRTCS2 상용화의 출발점이다. 10월 중 설계용역에 착수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운영 노선에 적용된 첫 번째 실적을 획득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국토부와 연구원은 향후 개량사업이 진행되는 노선이나, 신설노선에는 우선적으로 KRTCS2를 적용키로 합의했다는 게 연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동일 KR연구원 차장은 “중장기적으로 전체 철도망에 순차적으로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며 “적용 실적을 확보하게 되면 해외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윤학선 일반고속철도무선제어연구단장

이번 연구개발을 총괄한 윤학선 일반고속철도무선제어연구단장<사진>은 KRTCS2 개발의 최대 성과로 신호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꼽았다. 유럽을 중심으로 공고히 굳어진 신호시스템 시장에 진출할 발판이 비로소 마련됐다는 평가다.

“국내 철도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라 해외시장의 중요성은 전에 없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해외로 나갈 원천기술이 없던 상황이죠. KRTCS2는 국내 철도업계 기술개발의 전환점이 될 겁니다.”

그는 KRTCS2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다고 말했다. 신호시스템의 경우 기술 특성상 작은 장애도 큰 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SIL4 등 공인기관의 인증은 받은 것도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이를 통해 우리 시스템에 대한 공신력을 얻는 게 필수적이라고 봤습니다. 안전성과 신뢰도는 해외진출의 초석이니까요.”

KRTCS2의 향후 과제로는 상용화를 통한 실적 확보를 제시했다. 우선 앞으로 예정된 전라선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이후 전체 철도망으로 적용 노선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개발 이후 최대 목표는 바로 상용화입니다. 국내 기술이 번번이 어려움을 겪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시범사업을 필두로 KRTCS2의 상용화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이어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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