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현 기업팀장
진시현 기업팀장

가족과 집근처 식당을 찾았다. 달랑 넷뿐인 가족도 모두 모이기 힘들다보니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이 소중하다. 침샘을 자극하는 맛집을 찾았으니 좋은 추억거리 하나를 늘려줄 가능성이 높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주위를 들러본다. 삼삼오오 가족을 동반한 무리가 많지만 대부분 대화보다는 각자의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하루 종일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중독자’들이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비단 남만 탓할까. 나와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을 자각한 남편이 조용히 타이른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수백 가지다. “SNS에 음식 사진만 올리고요.”, “잠깐만, 잠깐만요. 지금 보석 받아야 한단 말이예요.”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자는 말은 공허하기 그지없다.

프랑스 정부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15살 이하 학생들이 등교시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을 시행한다. 스마트폰 등교 금지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프랑스 의회는 이번 법안을 찬성 62, 반대 1로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2010년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지해왔는데 이번 법률 통과로 전자기기 사용 규제가 크게 강화된 셈이다. 프랑스에 탄력을 받아선지 우리나라도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등장했다. 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에 시달리는 학부모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중독이 인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경고된 바 있다. 해가 되는 것을 알지만 멈출 수가 없으니 중독인 것이다. 오죽하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말이 나왔을까. 스마트폰의 중독성은 참으로 친절하게 일상으로 파고든다.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저서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감이란 뇌에서 느끼는 쾌감이라고 정의했다. 뇌가 특정한 경험에 대해 기쁨, 설렘, 즐거움 등의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또 인간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원천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결과적으로 가족이나 동료 등과 다양하고 자잘한 즐거움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두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시기부터 스마트폰을 베이비시터삼아 자라난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주는 행복만이 뇌에 남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행복을 느낄만한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 창문을 두드리는 조용한 빗소리, 세월이 묻어나는 오랜 친구의 얼굴, 지인이 보내온 응원의 글귀.

어떤 때 행복을 느끼는지는 성이나 인종, 종교 등과는 지극히 무관하다. 나의 뇌가 무엇으로 쾌감을 느끼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더 이상 스마트폰이 일상을 장악하도록 놔둬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가족들에게 식탁을 스마트폰 제한지역으로 지정하자고 당당히 말해보련다. 물론 저항이 예상되지만 배고픔에 장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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