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다뤄진 적 없는 초연작 시리즈로 만난다

포스트 2000 발레정전의 한 장면.
포스트 2000 발레정전의 한 장면.

국내에서 다뤄진 적 없는 초연작을 선보이는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베스트 앤 퍼스트’ 시리즈가 찾아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내달 4일부터 10월까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국내 초연하는 해외 작가의 연극 4작품과 신작 무용 4작품 등 총 8개를 선보인다.

연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미국, 독일 등지에서 이미 검증받은 것들이다. 남아공 작가 아돌 후가드의 반전 드라마 ‘돼지우리’는 손진책 극단 미추의 예술감독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전쟁 중 탈영해 돼지우리에 숨어 사는 군인과 이런 남편을 숨긴 채 전몰군인 유가족으로 살아가는 아내가 나오는 2인극이다. 연기력으로 내로라하는 박완규, 고수희가 나온다.

손 연출은 22일 대학로 시어터 카페에서 “돼지우리의 핵심은 두려움”이라고 밝혔다.

창작극과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주로 올린 손 연출은 “번연극과 창작극을 따로 구분하기보다 전통의 현대화에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연극의 미래로 통하는 알리스테어 맥도웰의 작품 ‘X’는 극단 작은신화의 최용훈 연출이 매만진다. 명왕성에서 지구와의 송신이 끊겨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탐사대원들의 이야기다.

최 연출은 “고립감을 다룬 작품인데 단순하지만 많은 걸 담고 있다”면서 “일그러진 시간과 혼재된 기억을 맞춰가는 퍼즐의 느낌과 묵직한 여운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독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 하고 있는 극작가 중 한 명인 롤란트 슘멜페닉의 ‘아라비안 나이트’는 ‘제54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전인철 연출이 빚어낸다. 독일 베를린의 아파트에서 아랍인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과감함이 돋보이는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크리스천스’는 개성 있는 무대 문법을 선보여온 민새롬 극단 청년단 대표가 연출한다. 10년 만에 교인이 1000명이 넘는 대형교회를 일군 목사 폴이 10년 만에 빚을 청산한 어느 날의 이야기다.

4편의 무용 신작은 내로라하는 안무가 4인이 작품들이다.

한국 발레의 대중화를 위한 창작발레에 힘써 온 제임스 전 서울발레시어터 전 예술감독은 ‘포스트 2000 발레정전’을 선보인다. 제임스 전 안무가는 “내년이면 예순 살인데 인생의 2막을 해보자는 느낌”이라면서 “이번 공연으로 1막을 고맙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무용수로서 40분간 춤을 춘다. 내년에는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댄스시어터 까두를 해체한 안무가 박호빈은 산티아고 800㎞ 순례의 여정을 담은 신작 ‘마크툽’을 무대에 올린다.

파리, 벨기에 현대무용단 출신의 안무가 예효승은 환각제로 사용되는 식물인 양귀비에 착안, 신체에 내재된 감각을 춤으로 일깨우는 신작 ‘오피움’을 선보인다. 예 안무가는 “신체가 어떻게 뒤틀리고 폭발할 수 있는지 신체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중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다른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는 무용단 ‘시나브로 가슴에’의 안무가 이재영은 신작 ‘구조의 구조’를 통해 사회 구조 속 인간의 모습을 이미지화시킨다.

장계환 문예위 극장운영부장은 다양한 세대의 예술가들로 라인업을 꾸린 것에 대해 “각 세대를 대표하는 분들이다. 예술가들은 시대 흐름 속에서 세대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데 이번 공연들은 소통하는 방식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베스트 앤 퍼스트’는 주요 무대가 되는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을 재조명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1981년 개관한 아르코예술극장은 연극의 대학로 시대를 연 동시에 이후 무용계가 주목하는 공간이 됐다. 2009년 문을 연 대학로예술극장도 연극계와 무용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극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두 극장은 2000년 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센터라는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기도 했다. 현재는 문예위가 관리 중이다.

장 부장은 “대학로에 대중성이 강화되면서 그간 밀려났던 연극과 무용을 다시 주목했으면 한다”면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도 그간의 혼란을 추스르고 연극, 무용 중심의 극장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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