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는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1931)이 1895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한때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군중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사실 때문에 평가 절하됐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 집단의 심리와 행동을 연구한 최고의 분석서로 꼽힌다.

르 봉이 군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프랑스혁명 이후, 사회운동과 노동운동이 한창 격화되던 19세기 말이다.

저자는 군중을 냉정하게 분석한 뒤 ‘군중은 상당히 감정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개인은 군중이 되는 순간 이성이 멈춘 무의식 상태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하며, 이 때 개성은 소멸하고 의지와 분별력도 상실한 채 모든 감정과 생각은 그들을 암시한 자들의 의도대로 향한다고 분석했다.

르 봉은 이런 무의식적 행동이 개인의 지식유무와는 관련이 없으며, 정의하기 어려운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만들어 한 문명을 해체해버리거나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위까지도 야기한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50% 중반대로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난주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전주 집계 대비 2.5%p 내린 55.6%(매우 잘함 27.3%, 잘하는 편 28.3%)를 기록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7%p 오른 39.1%(매우 잘못함 22.1%, 잘못하는 편 17.0%)로 집계됐다.

이번주 역시 국정지지율은 56.3%(매우 잘함 28.3%, 잘하는 편 28.0%)로 지난주와 유사하다.

80%대를 상회했던 국정지지율이 불과 1년 만에 30% 가까이 빠진 셈이다.

이전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친근한 소통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안보이슈로 고공비행을 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문제, 국민연금 개편 논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판결까지 겹치면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게 국정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던 촛불민심이 만들어냈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에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냈고, 문 대통령도 소통과 대중적 정치로 그에 화답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군중심리는 취임 첫 해에 84%라는 압도적인 국정지지율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국민연금 개편 논란 등 민감한 이슈가 터져 나오자 군중의 심리는 ‘맹목적 지지’ 대신 ‘자신에 대한 유·불리’로 상황을 판단하게 했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약 40%나 나온 것은 최근 정책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민심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오늘날 국가의 운명은 군주의 회의가 아닌 군중의 영혼 속에서 준비되고 있다"는 르 봉의 얘기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군중심리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며, 정책 추진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할 것은 ‘당위성’이 아니라 ‘민심’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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