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반극동 코레일테크 대표이사

몇 년 전 직장에서 체육행사 대신 노래자랑을 했을 때의 일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까 생각하다 고등학생 코스프래를 하기로 했다. 난 백구두를 신고 빨간 양말을 신었다. 불량학생처럼 한쪽 다리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모자는 삐딱하게 썼다. 아내는 교복 입은 예쁜 여고생으로, 다른 직원은 교련복을 입었고 또 다른 직원은 가면 탈을 썼다. 무대에 오르면서 ‘사랑의 트위스트’를 신나게 불렀다. “♬학창시절에 함께 추었던 잊지 못할 샹하이 트위스트♪” 그렇게 분위를 띄우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직원들도 덩달아 무대로 나와 함께 춤추었다. 행사는 대성공이었다. 모두가 고등학생이 돼 한판 신나게 놀 수 있었던 것은 교복 코스프레였다. 분위기와 환경이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까지 반응하게 한 것이다.

지난주에 베트남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아내랑 단둘이 해외여행이였다. 아내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관광하는 것도 좋아했지만 하루일정을 마치고 호텔방에 들어섰을 때 제일 행복해 했다. 아침에 호텔을 나설 때 정리되지 않은 방과 달리 산뜻하게 정리된 방과 하얀 침대를 보고는 얼굴색이 환해졌다. 흰색이 주는 깨끗한 느낌도 있지만 청소 서비스를 받아 그날의 피로를 잊고 편히 쉴 수 있다는 것이 더 행복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번 여행으로 깨끗한 호텔방이 여행객들에게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실험에 의하면 헌집에 유리창 한 장만 깨트리고 며칠 지나면 멀쩡한 유리창도 깨트려져 버린다고 한다. 주택가 골목길 지저분한 구석진 곳에 쓰레기를 놓아두고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경고판을 설치해 두면 며칠 지나면 그곳에 역시 쓰레기가 쌓인다고 한다. 경고판을 없애버리고 그곳에 꽃을 심었더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분위기가 상황을 만들고 그 환경에 접한 사람은 그곳에 동화돼 가는 습성이 있다.

코레일테크가 지난달부터 전국 철도역사 청소와 철도사옥관리를 맡았다. 그동안 청소관련 책을 보며 공부를 했다. 청소일도 전문성이 있어야 했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남들이 해 놓은 청소만 보다가 우리가 직접 한다고 생각하니 더 자세히 공부하며 배워야 했다. 아내가 하는 집 청소도 자세히 보게 되고 가는 곳마다 구석구석 청소상태도 확인하게 된다. 일을 맡은 첫날 청소하시는 분들과 함께 청소체험을 했다. 그때 청소원들의 근무환경을 알게 되면서 많이 놀라웠다. 특히 휴게실과 각종 비품 등 복지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 작업 영역만 그런 줄 알았더니 확인해 보니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다.

서울시장이 강남과 강북의 격차해소를 위해 강북 삼양동의 한 옥탑 방에서 한 달간 체험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체험 후 강북 균형 발전 계획과 주거환경 개선 계획을 내 놓은 것을 보니 성공적인 체험을 한 것 같다. 삶의 질이 중요시 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연봉 많이 받는 것보다 복지후생시설 수준이 높고 자기시간을 갖을 수 있는 곳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근무환경이 좋은 회사들의 경우 사무실이 호텔같이 꾸며져 있는 곳이 있기도 하고 안락한 휴게실과 어린이집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대부분의 CEO도 직원이 행복하고 만족할 때 업무 성과도 좋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젠 청소미화원들도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모두 관심 가져야 한다. 근무환경이 좋으면 자부심을 심어줘 일의 능률을 높인다. ‘7분간의 기적’을 만든 일본 신칸센 청소회사 ‘텟세이’에서 제일 먼저 유니폼을 산뜻한 색상으로 바꾸고 근무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세계적 청소회사 메리메이드의 사례를 보면 청소 질을 높이기 위해 인성 바른 사람을 뽑고 그들을 최고수준의 복지를 제공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그들은 최선을 다해 청소하는 것으로 회사에 보답했다. 이처럼 깨끗한 청소를 원하려면 그들의 근무환경을 제대로 마련해줘야 한다. 우리회사를 비롯해 모든 청소회사들이 세계적 청소회사인 텟세이와 메리메이드처럼 되려면 청소 일을 하는 분들이 자긍심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개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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