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폭염과 예상 밖의 이상기온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 전력거래소, 전력생산자, 전력공급자 등 모두가 전력수급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력수요관리사업자와 수요감축 요청시 전력수요를 실질적으로 감축할 기업들 또한 철저히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0여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전력사업은 매우 안정적이며, 정부 등 공기관이 제공하는 사업으로 인식해 왔다.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및 예산을 투입해 발전소 건설 등 공급능력을 확충해왔다. 산업의 발전 및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전력의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공급능력을 늘려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력공급시설을 많이 가질수록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의 관점에서 수요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할 시기가 됐다.

전력시장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최대전력수요(7월 24일 기준/9,248만kW)를 경신함은 물론 예비율(7월 24일 기준/7.7%) 역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바 있다. 이러한 전력수급에 대한 대책으로 가용할 전력공급을 확충하고 전력수요감축을 통한 대비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에만 집중하던 기존 고정관념을 탈피해 전력수요의 관점에서 수급 균형을 맞추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이것이 ‘전력수요관리제도(Demand Response, DR)’이다.

2014년 이후 정부의 주도하에 DR제도가 운영 중이다. 본 제도는 에너지 수요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에 전력사용량을 줄임으로써 국가적 전력난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물론 발전소를 새로 짓는 수도 있다. 하지만 1 GW 발전기 건설에 약 2조원이 들어가며 이를 유지하는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예비율은 경제적이지 않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요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에서 DR제도에 등록된 자원을 전력공급 예비력으로 분류하고 관리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시간을 다투는 국가적 전력 부족 상황에서 바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DR은 국가 예비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예비전력이 바닥나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Black-Out)가 발생했다. DR제도가 도입되기 전이다.

시내 곳곳의 신호등이 꺼지고 병원에서는 진료가 중단되는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었다. DR제도는 이와 같은 블랙아웃을 예방할 수 있는 국가 예비력이다.

현재 DR제도에 등록된 용량은 약 4.2GW로, 원전 4기에 해당한다. 제도 운영은 전력수요관리사업자를 중심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즉 기업의 참여로 이뤄진다.

참여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 국가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시간대에 약속한 만큼의 전력을 감축하는 방법이며, 두번째, 전력사용 감축을 통해 아낀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경제적인 보상을 받는다. 정부는 기업 단위에 그치지 않고 일반 국민의 DR시장 참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주택아파트 등의 참여를 통해 에너지 소비 효율화 및 발전소 건설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DR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본연의 철학과 취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 국가 전력수급 균형에 기여는 물론 블랙아웃 예방기능 및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환경보호 차원의 가치에도 비중을 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DR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국가전력산업 및 환경보호에 이바지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도의 공적인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는 성숙한 DR시장으로 지속 성장해야 한다.

EnerNOC Korea(Enel Group) 김형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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