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력 부족으로 인한 대정전 우려 크지 않아...과다 확보 시 낭비 커

최근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낮아지자 발전소를 더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정전사고(블랙아웃)의 원인은 전력예비력 부족보다는 계통불안과 수요예측 실패 등의 요인이 더 커서 수요예측 오차를 줄이고, 시스템 운용을 잘하면 오히려 적정예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03년 미국 북동부 대규모 정전사고와 지난해 발생한 대만의 블랙아웃 등 대부분의 대규모 정전사고는 송전망 사고나 발전기 고장 등이 전력계통 전체에 파급돼 발생했다. 국내에서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순환정전도 수요예측 실패와 시스템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컸다. 아무리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해 놓아도 수초 만에 정전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블랙아웃은 예비력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2011년 9월 15일 순환정전 사고 이후 우리 전력당국은 예비율 두 자릿수 확보를 위해 원전과 석탄 등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전환으로 정책기조가 바뀌면서 이제는 야당과 보수언론들이 나서 원전 건설을 통해 충분한 예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24일 최대전력수요가 200만kW만 더 올라갔어도 전국이 전력비상에 빠질 수 있었다”며 “폭염기 원전 가동률을 높이지 않았다면 순간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블랙아웃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탈원전 정책과 허점투성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날 최대전력수요가 30분 만에 276만kW 치솟는 등 1시간 동안 391만kW나 급증했다. 전날인 23일에도 90분 만에 450만kW가 치솟는 등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으로 예비전력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날 공급능력은 9957만kW로 예비전력 709만kW(예비율 7.7%)를 확보하고 있어 그리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미국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의 경우 순동예비력을 150만kW만큼 확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100만kW 발전기 2대가 동시에 1시간 이내에 고장정지를 일으킬 확률이 크지 않고, 갑자기 발전기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수요가 급증해도 150만kW의 여유출력만 있으면 시스템 운용을 통해 주파수와 출력을 조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도 전력계통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을 통해 예비력을 5분마다 파악하고 있다.

김영창 전 아주대 교수는 “EMS가 정상 작동만 한다면 매 5분 간격으로 발전기 출력의 합과 가동 중인 발전기의 정격용량이 파악돼 150만kW 이상 예비력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며 “전력수요예측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단순하게 ‘한 자릿수’의 예비력이 수급비상인가 또는 수급대란을 일으키느냐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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