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6~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만4967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문 대통령의 취임 66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난주 대비 5.2%p 내린 58%로 나타났다. 이는 취임 이후 최저치로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이 여름철 폭염 전기요금으로 옮겨 붙으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요금이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끌어 내렸다는 이 상황을 자세히 보면 에너지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전기요금은 말 그대로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요금이다. 다만 수요를 억제해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각 종 요금제도에는 정책적 수단들이 일부 가미됐다. 전기요금 누진제도도 지난 2016년 여름 홍역을 치르면서 현재 3배수 3단계로 개편됐다. 당시 국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누진제도를 완화해 주택용에서 과도하게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누진제도가 개편 된지 2년 만에 이제는 폐지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만큼 국민들의 여름철 전기요금에 민감해 졌다. 이런 이유는 길어진 여름 폭염 때문이다. 이런 폭염은 올해를 시작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기상청의 예측이다.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 바다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향후 한국 폭염 수준이 한층 심해질 전망이며 무더위로 인해 수온이 더 높아지고, 뜨거운 바다가 다시 폭염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냉방기기는 여름철 내내 가동이 불가피 해졌고, 냉방기 사용과 밀접하게 연관된 전기요금 누진제도는 환경의 변화에 맞게 폐지 또는 냉방기 사용이 부담이 안 될 정도로 완화돼야 한다. 반대로 전기요금을 통해 산업계에 지원했던 혜택도 이제는 줄여야 한다. 낮은 전기요금을 통해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을 높여 줬다면 이제는 요금으로서 기능을 최대한 복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누진제도를 포함해 전기요금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정상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체계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각종 분야별 지원책이 전기요금에 녹아 있고, 발전요금과 판매요금은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전력시장이 자유화된 대부분의 국가에선 연료비(원자재) 변동이 도매가격에 반영되고 소매요금 변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요금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가나 환율이 널뛰기를 해도 전혀 반영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전기요금은 저렴해야 하고, 항상 안정적으로 공급되야 한다. 아파트 구매설비가 고장나 정전이 돼도 모두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는 형국이 됐다. 또 전기요금은 저렴하다는 내재적 인식은 전기다소비 구조를 만들고 있다. 대형 비닐하우스는 기름 난방대신 전기난방을 하고, 철강공장에는 전기로가 급속도로 늘었다. 2차 고급에너지인 전기를 잡아먹는 하마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이를 억제할 수단은 점점 없어진다.

이참에 요금제도를 제대로 손봐, 여름철 냉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산업계의 에너지과소비를 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요금제도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고 값싸게 사용하는 구조를 지속할 경우 올 여름처럼 전력수요는 예상과 달리 널뛰기를 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에너지위기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모든 재화와 마찬가지로 전기도 공장에서 만들어져 유통과정을 거치고,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 반영되고 정치가 가미되다 보니, 왜곡이란 결과물이 나온다. 이제는 왜곡된 전기요금이 정상화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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