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용량부족, 설비 노후화로 정전 사각지대 놓여
올 7월 APT 정전건수 91건으로 전년 동기 112% 증가

폭염으로 냉방부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전기설비 노후화 때문에 발생한 고장으로 인해 정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일어나 580가구 주민들이 에어컨 등 냉방기구를 사용하지 못한 채 더위에 시달렸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30분쯤에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아파트 단지 730여 세대에 공급되던 전기가 끊겨 2시간 30분 동안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전국적으로 냉방부하 증가에 따라 전력수요가 늘면서 늘어나는 수요를 견디지 못하고 전력설비가 고장나 발생하는 정전이 잇따르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 7월 아파트 정전건수는 91건에 달하며 이는 전년 동기 43건 대비 112% 증가했다.

주요 원인으론 구내 차단기류 고장 (48건, 52%), 변압기 고장 (21건, 23%), 개폐기류 고장(6건, 7%) 순 이었다. 특히 신축 후 25년이 경과한 노후아파트의 정전 발생률이 15년 미만 아파트 대비 9.5배 높았다.

한전 관계자는 “아파트 정전 원인은 아파트가 자체 관리하는 구내 전력설비 고장이 대부분이며, 사소한 부품의 고장이 정전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아 평소 전기안전관리자와 아파트 측에서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를 충실히 하면 정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철 냉방 부하가 급증할 경우 오래된 아파트의 변압기는 용량부족으로 인해 항상 정전 위험을 안고 있다.

전기설계 업계 관계자는 “1980~1990년대 아파트 200만호 보급 당시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변압기의 부족한 용량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당시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전등, TV, 냉장고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가구당 전기 설계용량이 1kW 남짓 했는데 현재는 가전이 대형화되고 에어컨 등 전기사용량이 많은 가전이 늘면서 변압기 용량이 부족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전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건축법을 개정해 가구당 전기사용 용량을 늘려 60㎡는 3kW로 확대했으며, 10㎡가 늘 때마다 0.5kW씩 확대했다.

한전도 오래돼 용량이 부족한 아파트의 변압기 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5년부터 노후 아파트 변압기 교체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과 전기사용 계약을 맺은 전국 아파트 1만8540단지 중 세대별 계약전력이 3kW 이하인 6380단지를 대상으로 교체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3년간 31억 원을 지원했다.

한전 관계자는 “영세 아파트 노후 변압기 교체비용의 일부(변압기 가격의 약 50% 수준)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올 상반기에 열화상 진단장비를 활용해 2만여 아파트 단지의 전력설비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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