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연료 가격 상승과 원전 이용률 감소가 주 원인
요금 상승 없으면 갈수록 에너지전환 따른 적자 심화 가능성

지난 7월 1일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SNS)에 ‘두부 공장의 걱정거리’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면서 전기요금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 사장은 “원자재인 콩보다 두부값이 비싸야 정상인데, 수입 콩값이 올랐는데도 두부값을 올리지 않았더니 이제는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며 “요금 정상화를 통해 소비왜곡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콩, 두부’ 논란은 지난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산자중기위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많은 야당 의원들이 한전의 적자를 우려하며, “한전이 적자로 전환한 이유는 싼 콩(원전) 대신 비싼 콩(LNG)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전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연료가격 상승과 함께 원전이용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원전이용률은 2016년 80%에서 올해 60%까지 떨어졌다. 콩값이 비싼 요인 중 원전이용률 감소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전의 적자 원인 중 하나를 에너지전환 탓이라고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한전 영업이익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연료비 상승이지만, 원전이용률이 낮아진 것도 원인이 된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보다는 심야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되면서 소비왜곡을 가져온 것을 지적한 것인 만큼 한전의 수입 중립적인 방향으로 요금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전기요금 인상요인 줄줄이…판매할수록 적자인 구조

2015년부터 2년간 매년 10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의 영업실적은 공교롭게도 현 정부 들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한전은 2017년 한 해 전체로는 4조 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만 따지면 1294억원 적자였고, 올 1분기에도 1276억원 손실을 봤다. 올 2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져 상반기 누적 5000억원가량 적자가 예상된다.

영업손실의 주범은 누가 뭐래도 전력구입비 상승이다. LNG가격에 영향을 주는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배럴당 10달러(53달러, ’17년 1분기 → 63.7달러, ’18년 1분기)가 올랐고, 유연탄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20달러 (81.6달러/t → 102.4달러/t) 상승했다.

반면 발전원가가 가장 낮은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은 예방정비 등의 이유로 2016년 80%대에서 올 3월 기준 54.8%로 크게 낮아졌다. 그 공백을 LNG발전소와 석탄발전소가 채우면서 전력구입비가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에너지전환의 정책비용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이행보전비용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만 1조 3074억원가량이 지출됐다. 당초 RPS 이행비용은 전기요금에 별도 항목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부담토록 할 계획이었지만,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반영해 결국 고스란히 한전의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4월부터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가 kg당 6원 인상돼 전력구입비가 늘어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도 한전이 보전해주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김종갑 한전 사장의 표현대로 콩값은 오르고 있는데 두부값은 그대로이니 판매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이상한 구조가 돼가고 있다.

당장 올여름만 해도 전력수요(판매)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한전의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전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가정용 누진제 적용구간은 제외)은 그대로인데 한전이 도매시장에서 구입하는 가격(SMP)은 올라가면서 적자가 커지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일일 평균 SMP는 90~95원/kWh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80원/kWh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5원가량 오른 셈이다. 한전에 따르면 SMP 1원 인상 시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대략 3000억~4500억원가량 늘어난다. 단순 계산으로도 4조5000억~6조7500억가량이 증가하는 셈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콩값’ 논란을 두고 본인은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언급한 게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하지만, 이러한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당연히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불가피…산업계 부담 고려해 연기한 듯

많은 에너지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요금 인상이 요구되지만, 어려운 경제현실을 감안해 너무 저렴하게 팔리는 전기요금에 한해서라도 인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25%를 차지하는 경부하 요금이 그렇고, 원가대비 판매 가격이 50% 미만인 농사용이 대표적인 예다.

경부하 요금은 오후 11시에서 오전 9시 사이 심야시간대 적용되는 상대적으로 값싼 요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절반가량이 경부하 시간대로 몰렸다. 정부는 이 같은 왜곡된 전력 소비 구조를 고치기 위해 지난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올해 하반기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부하 요금을 사용하는 기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인 데다 낮은 요금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산업시설을 전기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용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며 “당초 연말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던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 인상 시기를 내년 이후로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들의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 경제위기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계에 큰 부담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경제발전을 이유로 국민이 원가 이하의 전기 값을 내는 대기업을 보전해 줄 것이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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