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신라대학교 창조공연예술학부 교수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신라대학교 창조공연예술학부 교수

오페라하우스는 현대 도시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공연 기반 시설이자 공공건물이다. 오페라는 영화나 대중예술과 같이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산업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기초예술이기 때문에 지원하고 보존해야 한다.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투자해야 하는 분야이다. 오페라하우스는 발레, 뮤지컬, 오페라, 연극, 무용 등이 공연되는 공간이다. 육상 경기장은 연간 이용하는 횟수가 손을 꼽을 정도이지만 육상이 기초 체육이고 도시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체육 시설이기 때문에 돈이 들어도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도서관,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부산지역의 공연기반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인구 천명 당 객석수가 전국 하위권, 공연장 개수는 많지만 전문 공연장이 전무하다.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설 콘서트홀(2020년 완공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 내년 4월 개관 예정인 국제금융센터 내 뮤지컬 극장이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공연장 기능이 중복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각기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발레 등 무용, 그리고 연극이 공연되는 전문 공연장이다. 70, 80년대 지어진 복합 문화 공간 형태의 부산문화회관으로는 20세기 대형 무대장치와 무대효과를 요구하는 공연물을 담아 내지 못한다. 부산 시는 국제적 해양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출 공공건물로서 오페라 전용관의 건립을 보장해야 한다.

요즘 모든 분야가 문화로 옷 입어야 통한다. 야구 팬도 있고 오페라 팬도 있다. 시민의 혈세로 야구장은 되고 오페라하우스는 안 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가 있다. 그러한 사고로는 부산을 균형 잡힌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담보(기대)할 수 없다. 어느 분야가 더 중요하고 다급하다는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 시민이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반대 하더라도 오페라하우스는 지어야 한다. 도시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공공건물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문화향수 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인근의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예를 들어보자. 15년 전에 건립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삼성이 기부 채납했다. 2014년 기준으로 직원 35명, 총예산 75억, 사업비는 35억이다. 매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해 연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유료 관객 점유율 80%, 공연장 가동률도 80%에 육박한다.

광주의 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2006년 DJ 정부시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2015년 건립비 7,000억 원을 포함하여 총 9,700억 원을 쏟아 부어 개관했다. 문광부 소속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출범하여 연간 국고로 8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출범한 YS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 부산은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이제 문재인 정권이 탄생 했고 민선 7기 부산시장이 가장 힘 있게 추진해야 할 사업이 바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재검토는 필요하다. 그러나 원점에서의 재검토는 시간 낭비이다. 특히 이 사업을 중단 하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10여년 간 시민들과 함께 준비해온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하루아침에 중단시키고 다시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은 부산시민을 우롱하며 무시하는 독단적인 처사이다.

민선 7기의 부산시장은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건립 중단을 즉각 철회 하여야 할 것이며, 이미 확정된 건립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하고, 향후 건립 추진일정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2008년 3월 당시, 롯데 신격호 회장은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신정택 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의 만난 자리에서 ‘재개발되는 북항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세계적인 건축물을 짓자.’는 요청에 선뜻 1,000억 원을 기부 채납하기로 약정했다. 작금의 부산시의 부산오페라하우스 재검토 논란이 그의 특별한 부산 사랑과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돕겠다는 큰 뜻이 무산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해묵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은 그만하고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것인가에 모두가 힘을 모을 때이다. 오페라는 ‘대중이 즐기는 귀족문화’이다.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한 결코 ‘특정인의 놀이터’가 아니다.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신라대학교 창조공연예술학부 교수 안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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