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까지 공론화해야 하나!

님비가 아닌 핌피까지 공론화하면 법적 안정성은 어디로!

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부산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산오페라하우스 추진과 관련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미 착공에 들어간 오페라하우스를 다시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 직후 부산시 인수위원회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관련 재검토의견을 제출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으며 이번 부산시 민선 7기 조직개편에서 ‘오페라하우스추진단’은 사라졌다.

인수위에서는 ▲연 250억원의 유지비 ▲극소수 사람들의 놀이터로 전락될 우려와 중복 투자 ▲제대로 된 시민들 의견 수렴절차가 없었다는 것을 근거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아직 국비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롯데 신격호 회장이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 1000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태만 인수위 건강한행복도시분과장은 “롯데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위해 1000억원을 기부한 것이 아니라 공연장을 지으라는 의미”라면서 “야구장에서도 공연을 자주 하기 때문에 야구장으로 전용해도 문제는 없으나 이 건은 다시 롯데와 계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처럼 국민들의 관심사도 아니고 생사가 걸린 문제도 아닌데다 쓰레기 소각장처럼 님비현상이 발생한 것도 아닌 오페라하우스에 대해 다시 공론화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 낙찰받아 착공에 들어간 한진중공업은 공사를 중단한 상태로 대기 중에 있으며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오페라하우스 추진 중단이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으며 부산시가 발주처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입장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극소수 사람들의 놀이터와 중복 투자라는 문제에 대해서 안치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은 “부산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도서관을 더 짓지 말자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제대로 된 시민의견 수렴절차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10년 동안 논의가 됐으며 도대체 어떻게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제대로 된 시민의견 수렴이냐”고 반문했다. 또 250억원의 유지비에 대해서는 “부산뿐만 아니라 인근 울산, 창원 등지에서도 사람들이 올 것이며 식당 등 여러 부대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부산보다 먼저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한 대구시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의 오페라 발전을 위해 퇴직금을 담보로 오랜 기간 오페라단을 운영한 본인 같은 사람도 있는데 공공기관이 그렇게 이해타산적이냐”고 아쉬워했다. 무엇보다도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는 북항은 크루즈선을 타고 오는 해외 관광객에게 부산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곳으로 그 경제적 가치는 250억원과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일규 공공정책감시연합 준비위 사무국장은 “오페라하우스 추진 관련 논란은 님비현상이 아닌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에 가까운 것인데, 공론화 의미를 알 수 없다”면서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안을 공론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인구 350만명 부산에서 250억원 운영비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론화 논의 시도 자체를 비판했다.

오거돈 시장에 대해 개인적인 실망을 표시하는 클래식 애호가도 있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부산시민은 “오 시장 본인이 말더듬을 없애기 위해 성악을 배웠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딸도 피아니스트라면서 어떻게 오 시장이 오페라하우스 추진을 재검토하느냐”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시민은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며 북항을 고층건물 가득한 두바이가 아닌 부산 시민들이 슬리퍼 신고 와서 놀 수 있는 친수(親水)공간 위주의 시드니를 모델로 하자는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었다. 민주당 부산시장이 이러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오페라하우스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분리발주로 전기공사비 총 249억에 달하는 입찰이 올 하반기 진행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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