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 더위로 냉방부하 오른 이유도 크지만, 수요관리 실패도 한 몫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무더위가 지속되고 전력수요가 늘면서 지난 7월 23일 사상 처음으로 9000만kW를 넘어섰다. 당초 전력당국은 올해 최대전력수요를 8830만kW로 예상했지만 당국의 예상을 깨고 오후 5시 전력수요는 9070만kW까지 치솟았다.

바로 다음 날인 24일에는 최대전력수요가 역대 최대인 9238만kW를 기록했다. 벌써 올 여름에만 6번째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한 오후 5시 당시 공급능력은 9957만kW, 예비전력은 719kW, 예비율은 7.8%를 기록했다.

여름철 휴가가 본격화되는 이번주를 기점으로 수요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계휴가가 끝나는 8월 둘째주 날씨에 따라 전력수요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당초 전력당국의 예상보다 408만kW, 지난 연말 수립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치(8611만kW)보다는 무려 627만kW나 높아 수요예측 실패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원전 줄이려 전력수요 의도적 과소 예측 의혹

전력수요가 정부의 전망치를 훌쩍 웃돌면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수요 전망을 과소 예측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25일 연이어 열린 산업부와 산하기관의 산자중기위 업무 보고에서도 많은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채 한 달이 못 돼 겨울철 최대전력수요가 정부 목표치를 넘어 선데 이어 올여름에는 600만kW가 넘는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원전을 줄이려 전력수요를 의도적으로 과소 예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2015년 7월 수립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망한 2018년 하계 최대수요는 기준수요(수요관리전) 9376만kW, 목표수요(수요관리후) 9179만kW로 예측했다.

2013년 2월 수립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2018년 하계 최대전력수요를 기준수요 9469만kW, 목표수요 9150만kW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수립한 8차 계획에서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기준수요 8752만kW, 목표수요를 8711만kW로 대폭 낮게 예측했다. 전력수급계획 수립상 최대수요전망이 낮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정부는 이처럼 수요전망이 낮게 나온 것은 전력수요에 가장 큰 영향(70%)을 미치는 경제성장률이 낮게 전망됐기 때문이라며 지난 5년간(’12~’16) 전력소비량 연평균 증가율이 1.8%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최대전력수요도 2.5% 증가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여름 최대전력수요 기록만 놓고 보면 8차 계획보다 6차나 7차 계획 전망치가 더 오차가 적어 정부로서도 전력수요예측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에너지전문가들 사이에서는 6, 7차 계획에서 발전설비를 더 짓기 위해 수요전망을 의도적으로 부풀려져왔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전문가는 “7차 계획과 8차 계획을 동일한 전력소비량 모형(전력패널모형)과 최대전력 모형(거시모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불과 2년 만에 큰 오차가 발생한 걸 보면 솔직히 수요 예측을 정확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제성장과 전력수요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최대전력수요에 기온 등 기상요소를 더 많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요관리도 전력수요 오차의 큰 이유

우리나라 하계 전력피크 8000만kW 시대를 연 건 공식적으로 2016년이다. 폭염이 이어지고 밤에도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그해 8월 12일 8518만kW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실제 기준수요로는 이미 2013년 8000만kW를 넘었다. 2013년 8월 최대전력수요는 8008만kW까지 올랐지만, 당시 전력거래소는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과 수요관리 예산이 소요되는 주간예고, 지능형DR, 그리고 선택형피크요금제 등의 수요관리를 통해 500만kW 이상을 줄였다. 당시 공급능력은 7715만kW인 데 비해 최대전력수요가 8008만kW까지 치솟아 실제예비력은 -300만kW로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겨울에도 공식적인 최대전력수요는 2월 6일 8824만kW로 기록됐다. 하지만 10여 차례에 걸쳐 200만~300만kW에 달하는 수요감축요청(DR)이 발령돼 피크를 줄임으로써 실제 기준수요는 9000만kW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올해는 강력한 수요관리 수단 중 하나인 DR을 한 차례도 발동하지 않고 있다. 예비력이 1000만kW 이하로 떨어져 DR 발동조건은 갖췄지만, 휴가철을 앞두고 막바지 조업에 열중하고 있는 기업의 부담을 덜고, 공급 측면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실제 수출 대기업들이 7월 수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부에 DR발령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일 전력당국이 원래 계획대로 4GW에 달하는 DR을 발령하고,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철저하게 수요관리를 했다면 최대전력수요를 9000만kW 이하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는 “수요관리는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각종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어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정책이지만, 앞으로 전력수요를 줄이려면 실효성 있는 에너지수요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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