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업계, “신고리 5・6호기 최저가입찰 문제점 그대로 드러나” 보완 요구

전선업계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공기업들의 가격 중심 입찰 방식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최고가치낙찰제’를 적용했다는 신고리5, 6호기 입찰과 관련해서는 ‘최저가입찰’과 다를 바 없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전선업계는 한수원이 신고리5, 6호기 사업에 도입한 최고가치낙찰제와 관련, 부실시공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최저가입찰의 문제점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고리5, 6호기에 적용된 최고가치낙찰제는 기술과 가격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입찰 방식으로, 2015년 주설비공사 입찰 당시 기술능력 80%, 가격 20% 비중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한 바 있다. 한수원은 최고가치낙찰제 도입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고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그동안 최저가입찰제에서 비롯된 잦은 유찰과 저가낙찰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선업계는 최고가치낙찰제와 관련 결국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받는 최저가입찰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수원이 최근 입찰에서 공고한 낙찰자결정방법은 ‘기술규격 적격업체로서 경제성 평가 결과 한수원에 가장 유리한 입찰자 순으로 계약협상을 실시해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신고리5, 6호기의 최고가치낙찰제는 기술평가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최저가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기술평가 80%는 점수제가 아닌 경제성평가로 갈 수 있냐 없냐를 결정하는 정도에 불과한 데다, 어차피 한수원 등록업체라서 등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국 결정은 누가 가장 싼 가격을 써냈는지에 달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한수원의 기술평가를 통과하는 수준만 된다면 기술 수준이 60점인 A사, 80점인 B사 모두가 경제성 평가로 넘어갈 수 있고, 가격을 낮게 써낸다면 A사가 낙찰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입찰참가 자격이 한수원 기자재 등록 업체들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평가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식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2의 경안전선’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당시 전선업계 중견기업으로 손꼽혔던 경안전선은 2013년 한울1, 2호기 케이블을 최저가로 낙찰받았지만, 생산능력이 안 돼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바 있다.

실제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제2, 제3의 경안전선 등장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전선업계 중론이다.

결국 전선업계는 최고가치낙찰제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평가를 보다 세분화해 실적과 기술능력, 제조·납품능력, AS, 인증 등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제때 납품하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할 수 있는’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80:20 평가 비중에 대해서도 그저 보여주기 식에 그치지 말고, 평가 요소 별로 점수를 책정해 높은 점수를 기록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전선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가입찰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소비재에 어울리는 방식”이라며 “전력산업 관련 품목들은 순수하게 고객 주문에 의해 만들어져 소비재에 비해 재화의 투입이 더 크다. 이는 결국 품질과 연결되는데, 적정 투자 없이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공공기관들은 조달 과정에서도 제품의 전문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며 “기술우위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핑계로 입찰가 중심의 평가를 끌고가는 것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사실 관계를 오인하고, 계약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전선업계에서 신고리5,6호기 입찰과 관련해 언급한 최고가치낙찰제(기술제한입찰제)는 신고리5,6호기 주설비 공사에 적용됐으며, 추정가격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되는 낙찰자 결정 방식”이라며 “최고가치낙찰제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8장의 ‘기술제안입찰’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대형 시설물 공사의 낙찰자 결정에 사용되는 낙찰자 결정방식이다. 2016년 1월 1일부터 종합심사낙찰제로 대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2013년 ‘원전비리 재발방지를 위한 원전분야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기자재 구매의 경우에도 안전등급(Q) 자재의 경우, 적격심사를 확대적용 함으로써 가격 이외의 물품의 제조·납품능력, 기술능력에 대한 평가와 질관리 능력에 대해서도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선 입찰에 대해서도 “전선(케이블)의 경우 부득이하게 기술규격 평가 후 적격업체 중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2단계 경쟁에 의한 낙찰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전선의 경우 정부조달협정 비양허 품목으로 과거 국내일반경쟁을 통해 자재를 조달했으나, 국내업체간 담합으로 인한 부정당제재 및 유자격공급자 등록신청 제한(2014년 4월)으로 국내 공급망이 붕괴돼, 국제조달을 위해 국제입찰을 실시해오고 있다. 국제입찰의 경우 국내·외 업체 간 심사기준 등의 형평성 문제로 적격심사가 불가하다. 즉 전선업계의 의견·주장은 정확한 사실관계의 오인 및 국내 공급망 붕괴로 인한 불가피한 계약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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