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무더위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가 탈 원전 논란으로 확대됐다.

탈 원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에선 정부가 탈 원전을 추진하다 전기가 부족하다 보니 결국 원전을 재가동해 공급 능력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전력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며, 예비율이 7%까지 떨어지자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를 탈 원전과 연결해 정책판단 미스를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도 여기에 가세해 야당은 ‘폭염이 닥치자 탈 원전을 외치던 정부가 허둥대고 있다’고 지적하고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자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재가동에 들어가는 등 입으로는 脫원전을 외치지만 행동으로는 원전의존이라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주장은 최근의 전력수요를 보면 일견 설득력 있게 들린다. 24일 오후5시 기준 최대수요는 9248만kW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하루만에 경신했다. 최대수요가 지속되면서 원자력발전이 기저전원으로 든든한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탈 원전으로 전기가 부족하고 결국 정부가 원전을 재가동 했다는 주장은 팩트에서 한참 빗나갔다.

최근 전기가 부족하다고 해서 재가동 된 원전은 단 1기도 없다. 다만 연초에 수립된 계획예방 정비기간을 조정해 여름 전력수급 기간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전력당국은 하계 동계 전력수급 계획을 세우며 원자력과 석탄 등 기저발전의 계획예방정비기간을 조정해 전기 수요가 많은 하계 ․ 동계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 최근 전력수요가 예상치를 뛰어 넘으면서 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를 꼬집는다. 또 이를 정쟁화 삼고 탈원전과 연결한다. 하지만 수요예측은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마다 빗나갔다.

예전 자료를 보면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6~2020년)에선 2011년 최대 전력 수요를 6594만kW로 잡았다. 당시 예측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2011년 최대 수요는 7313만kW 였다. 3차 계획 수립당시에는 2016년이 돼야 7000만kW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2008년 발표한 4차 계획에서도 2012년 최대수요를 7296만kW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해 2월 2일 최대전력수요는 7428만kW를 기록, 정부 전망치를 일찌감치 경신했다.

당시 잘못된 수요예측 때문에 발전소 건설이 지연되면서 2012년~2013년 전기부족으로 국민들은 극심한 무더위와 추위에 고통을 겪었다.사실 정확한 수요예측은 불가능하다. 예측에 근거해 전력공급 설비를 보강하면서 수급 균형을 맞춰 나간다. 그동안 예측치 보다 많게 설비보강을 하면서 올해도 예측치를 빗겨난 수요에도 전력수급은 여유롭다.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일부 언론은 호들갑을 떨지만, 올 여름 전력수급은 안정적으로 봐야한다.

하지만 예측이 자주 빗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싼 요금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철강,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가 고착화 됐다. 산업용 요금조정 얘기만 나와도 기업들은 죽는 소리를 한다. 또 기업을 등에 업은 일부 언론은 탈 원전 덧을 씌워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또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전력설비를 건설하고 전기를 공급해야 하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민원에 가담하면서 민원에 발목이 잡혀 이제는 전주 하나 심기도 힘들어졌다는 말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에너지정책은 갈지자 행보를 보일 때가 많다. 일본도 이상고온으로 일부지역에서 기온이 40.7도까지 올라가는 등 무더위 때문에 전력수요가 급증해 지난 18일에는 최대전력이 1억 6332만kW를 기록해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부 전력회사의 경우 예비율이 5% 까지 떨어졌다. 전력회사들은 예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런 어려움을 원전가동 중단으로 돌리는 것 보다는 이상 기온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보고 있다. 어려울 때 일수록 무엇을 ‘탓’ 하기 보다는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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