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수용성과他 국가와 연계 문제 자유로워
철저한 검증 통한 안정적 건설・운영 초점둬야

1. 8차 송변전설비계획에 반영된 HVDC 과연 765kV 대안인가.

2. 올 여름 피크 9238만kW. 8차 전력수요예측 실패인가.

3. 한전의 적자, 에너지전환 탓인가 낮은 요금 탓인가.

4.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 과연 가능하고 바람직한가.

5. 발전단가(LCOE) 논쟁. 원자력 과연 싼 에너지 아닌가.

최근 전기위원회를 통과한 제8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과 향후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이 적용될 예정인 가운데, 과연 HVDC가 765kV의 대안으로 적절한지를 놓고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HVDC는 1954년 스웨덴에서 첫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약 170개 프로젝트가 건설됐다. 우리나라는 1998년 해남~제주를 연계하는 #1HVDC를 시작으로 2013년 진도~제주 간에 #2HVDC가 운전 중이고, 현재 북당진~고덕 지역을 연계하는 사업과 동해안~수도권을 연결하는 EP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왜 초고압 교류송전(HAVC)에서 HVDC로 대체되나

직류송전(DC)은 교류송전(AC)에 비해 송전효율이 높아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고, 전자파를 방출하지 않으며, 송전탑 크기가 작고 지중화가 가능해 주민수용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 보듯이 765kV를 위시한 초고압 교류송전의 경우 송전탑이 워낙 큰 데다 전자파 논란 등으로 주민수용성이 낮아 도저히 건설이 쉽지 않다는 게 정부와 한전의 판단이다.

또 주파수가 다른 국가와 송전망을 연계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변환장치로써 HVDC 설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주파수는 60Hz인데 일본과 러시아, 중국은 50Hz여서 이들 나라 송전망과 연계는 HVDC 또는 유연송전기술만이 가능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주민수용성만 확보된다면 우리나라에는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고장도 상대적으로 적은 345kV, 765kV 같은 교류 송전선로가 더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민수용성 때문에 정부와 한전으로서는 좀 더 비싸고, 고장확률이 높은 HVDC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첨예한 곳은 지중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HVDC 기술 자립의 필요성과 한계

HVDC는 전류형과 전압형으로 구분된다. 전류형은 전체 시스템 손실이 적고 구축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턴-오프 능력이 없는 사이리스터 밸브를 사용해 외부전원이 필요한 게 단점이다.

반면 전압형은 자체 턴-오프 능력이 있는 IGBT 밸브를 컨버터 소자로 사용해 컨버터 전류 방향의 전환이 가능하고, 무효전력 공급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하지만 워낙 설비 구성요소가 많아 구축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최근에는 가격이 비싸도 장점이 더 많은 전압형 HVDC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주 #1 HVDC와 #2 HVDC가 전류형이다. 제주 #3 HVDC는 양방향 전류송전이 용이한 전압형으로 건설이 추진된다. 또 북당진~고덕 지역을 연계하는 사업과 동해안~수도권을 연결하는 EP 프로젝트는 전류형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HVDC가 전기 분야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시스템 전체를 아는 사람이 세계 굴지의 회사에서도 2~3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이고, 기술유출을 우려해 핵심기술은 아예 발표된 논문조차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경우 기술공여를 받지 않으면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전략으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ABB나 지멘스 등에 엄청난 투자를 통해 HVDC 기술을 확보하고 발전시켜 지금은 HVDC 기술자립을 이뤄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전이 2013년 GE(옛 알스톰)와 공동출자해 설립한 KAPES를 중심으로 HVDC 기술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전과 관련 업계는 기술자립을 통해 국내에서 실증을 완료하고, 해외시장으로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일부 기술은 KAPES로부터 이전 받아 완성단계지만, 핵심기술인 컨버터 소자와 제어 기술은 확보하지 못해 결국 향후 추진되는 HVDC사업은 국제 입찰을 통해 ABB, 지멘스, 한전·GE가 참여하는 KAPES 간 경쟁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그칠 우려가 크고 기술애국주의라며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HVDC 과연 계통운영상 고장과 정전 가능성 높은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HVDC는 교류송전보다 설비나 부품구성요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고장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만 개의 반도체 소자를 사용해 제어가 어렵고, 변환설비가 고가여서 건설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단점이다.

하지만 한전 측은 오랜기간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된 데다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의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겹겹이 체크를 받고 있고, KAPES뿐만 아니라 기술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ABB, 지멘스 등의 참여로 신뢰성을 높여가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미 50년 된 기술이라 상당수의 국가에서 HVDC가 상용화됐고, 우리나라에도 제주 2회선 HVDC 운영경험이 축적돼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765kV 송전선로 건설이 도저히 어렵다면 HVDC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조건부로 HVDC를 안정적으로 건설·운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신뢰도 코드를 만들어 운영의 신뢰성을 높이고, 기술 R&D를 통해 고장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며, 해외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완벽한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통전문가인 허견 연세대 교수는 “HVDC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건설적인 비판은 바람직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데 무조건 안 된다는 비판보다는 이제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설비를 안정적으로 건설·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최대한 높이면서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해외업체들도 참여시킨다면 충분히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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