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을 기반으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낸다. 만든 전기는 송전탑과 배전선로를 통해 소비자에게까지 온다. 지금 내가 쓰는 전기는 어느 지역에 있는 어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전기야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라고 묻고 싶겠지만, 내가 쓰는 전기는 어느 동네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것을 쓰는 개념이 아니다.

내게 가장 가까운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쓰게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쓰는 전기가 ‘메이드 인 경상도’도 아니고 ‘메이드 인 전라도’나 ‘메이드 인 충청도’도 아니다. 우리나라 발전소들의 모든 전기가 섞인 ‘메이드 인 코리아’ 전기를 쓰는 것이다.

100% 국내산 전기는 만들어지고 시장에 공급된다. 이제 우리는 전기시장에 가서 마트에서 반찬거리 사오듯이 사오면 될까? 우리가 전기시장에 직접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기시장에는 최종소비자가 직접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 대형 판매회사인 한국전력이 시장에서 통째로 사온 다음 최종 소비자에게 재판매한다.

“엄마 시장가서 전기 몇 봉지 사올게, 집에서 숙제하고 있어라.”라는 말은 당분간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장에서 전기공급자와 구매자의 거래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우리는 대규모 구매자이며 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에게 공급받고 요금을 내기 때문이다. 요금은 후불제이다. 먼저 사용하고 사용한 양만큼 전력량계라는 저울로 달아서 가격을 결정해 비용을 지불한다.

만약을 대비해서 미리 돈을 많이 낸 다음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면 좋으련만 전기는 미리 구매할 수 없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기이지만 최종소비자인 우리가 시장에 가지 않고도 매일 필요한 만큼 전기를 사용한다. 혹시 엄마가 시장가서 전기 사오겠다고, 집에서 숙제하고 있으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인 줄 알라. 우리 몰래 아빠와 외식하러 가는 것이다.

<출처- 물구나무 선 발전소>

저자: 김성철 (파란에너지 대표이사)

출판사: 인포더북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