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에서 글로벌 ‘기술 강국’ 성장…산업화 ‘꽃봉오리’ 개화

초전도는 일정 조건에서 물질의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다. 전류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손실이 없어, 보다 많은 전류를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라는 이름도 ‘최고(Super)’의 전도체(Conductor)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1911년 첫 발견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초전도 현상은 ‘꿈의 기술’로 주목받으며 수많은 과학자들의 도전 대상이 돼왔다. 여전히 그 실체는 완벽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초전도 현상을 실용화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케이블, 한류기, 모터, 자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즉 초전도의 영역이 과학에서 공학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본지는 기획 시리즈 ‘꿈의 기술’ 초전도 ‘과학에서 공학으로’를 통해 초전도 기술 산업화의 현재와 미래, 나아갈 방향 등을 짚어본다.

초전도 현상은 자기부상열차나 핵융합, 레일건 등 이른바 ‘꿈의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기술이다.

전기·에너지 분야에서도 초전도 전력 케이블, 초전도 한류기·모터·풍력발전기, 핵융합발전 등 미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름 그대로 전기저항 ‘0’라는 장점에 매우 강한 반자성 특성(마이스너 효과)까지 더해져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데다, 예상되는 파급 효과도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지 1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같은 응용기술들은 완벽히 실용화되지 않았다.

이유는 무지막지한 제조비용 때문이다.

저온 초전도 현상을 활용할 경우 초전도체를 만들려면 극저온 상태(약 4.2K, -268.95℃)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값비싼 액체헬륨을 사용해야 하는데, 냉각공정과 원재료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1986년 임계온도(30K, -243.15℃)가 높아진 고온 초전도 현상이 발견되고 제조비용이 낮아진 산화물 초전도체가 속속 등장했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많이 나아졌음에도 도체(선재)의 경제성은 구리 등 대체품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도입 초기 제품이 겪는 신뢰성 우려도 겹쳐 산업화의 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조전욱 전기연구원 초전도연구센터장은 “대부분의 제품이 그렇듯 초전도 분야 또한 신뢰성과 경제성 문제가 산업화의 가장 큰 장벽이었다”며 “이를 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용해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기존에 대체 가능한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속도는 더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지금, ‘초전도 산업’은 드디어 꽃봉오리를 틔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정부가 지원하는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중 하나로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DAPAS)사업이었다.

10년(2001~2011년)간 1500여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는 초전도 선재와 케이블, 변압기, 한류기, 모터 등의 요소기술 확보와 실용화 기반 조성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나아가 선재, 케이블 등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 글로벌 초전도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후 국내 초전도 산업의 발전은 눈부실 정도다.

먼저 초전도 산업화의 ‘쌀’로 불리는 선재의 경우 고온·저온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그리고 서남과 삼동, KAT 등 관련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경제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한국전력공사, 한국전기연구원, 창원대, LS전선 등의 세계 네 번째 초전도 전력케이블 개발 성과는 2013년 세계 최초 DC 80kV급 초전도 케이블 개발, 2016년 세계 최고 용량·최장 길이 초전도 케이블(AC 154kV 600MVA, 1km) 실증실험과 세계 최초 지중송전선로 상용화라는 눈부신 결실로 돌아왔다.

전력계통 보호를 위한 초전도 한류기, 핵융합·MRI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전 자석(마그네트), -200℃ 이상의 극저온을 견딜 수 있는 압력용조 등의 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황순철 초전도산업협회장은 “정부 및 관계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산업계의 노력이 더해져, 초전도 분야 불모지였던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국으로 성장했다”며 “국내 초전도 산업은 이미 글로벌 1위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 초전도 산업화의 초기 단계인 지금 산학연관, 공급·수요자 모두가 보다 과감하게 움직이고 협력해 시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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