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하산 프로젝트’가 3년여 만에 재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송영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 일행은 지난 13일 1박2일 일정으로 나선지역에서 열리는 ‘남북러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의 나진항 등을 둘러봤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중단 3년여 만에 재추진될지 주목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실어 국내 항구로 가져오는 남·북·러 복합물류 사업이다. 2014년 11월, 2015년 4∼5월과 11월 등 3차례에 걸쳐 시범운송이 진행됐으며,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 등 3사가 프로젝트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아울러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중부발전 등이 이 시범운송에 참여한 바 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그해 3월 '외국 선박이 북한에 기항한 뒤 180일 이내에 국내에 입항하는 것을 전면 불허'하는 해운 제재에 나서면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사실상 중단됐다. 러시아 측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북한산이 아닌 제3국산(러시아산) 석탄의 북한 나진항을 통한 수출을 예외로 인정받았었다.

이 사업은 러시아가 2001년부터 몇 가지 중요한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일관된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는 2008-2014년에 걸쳐 나진항과 하산역까지 약 54km가 넘는 구간에 북한 철로를 현대화하면서 광궤를 설치하고, 나진항만에 러시아 전용 부두까지 설치했다. 러시아가 나진-하산 철도를 보수한 것은 러시아 광물을 수출할 항구의 수용능력(capacity)을 늘리기 위해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종점이어서 여행객들과 화물들이 모이는 곳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비롯한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의 수용능력은 포화상태로 나진항으로 물동량을 빼 기존 항구에 배를 부릴 공간을 늘리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연해주 제2의 항구 도시인 ‘나호드카’가 있다. 나호드카는 벌크 화물과 수산물을 처리하는 나호드카항구 지역과 컨테이너 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보스토치니 터미널로 나뉜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 나호드카(~보스토치니), 자루비노에 이어 나진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나진항을 이용하면 블라디보스토크 항에서 선적했을 때 들지 않을 운송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극동지역 항구에 여유가 생긴다.

포스코와 발전사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간 200만t(2400억 원)의 석탄을 도입했는데, 나진항을 통하면 물류비를 10~15%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국경철도를 이용한 러시아산 석탄 반출량이 2017년 하반기 현재 처음으로 200만 톤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나선콘트라스 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한 최소 물동량은 년간 500t이라고 한다.

3국의 국경지역인 나선(나진·선봉 경제특구)은 물류사업 최적의 장소로 중장기적으로 진출해야 할 지역인데, 나선콘트라스 지분 확보는 한국 기업이 나선 지역에 직접 투자하거나 진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 측 기존 투자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우회적으로 진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4년 7월 개항한 나진항 3호 부두는 신생 항만이라 정상화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포화 상태인 극동 러시아 항만의 대체 부동항만으로서의 구실을 충분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후속사업으로 나진항 현대화, 남·북·러 전력망 연계, 북한 철도 현대화, 북·러 접경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 건설 등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향후 북방경제협력의 다양한 사업들의 선발대로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향후 실사(實査) 및 수익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경제성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정책 향배도 잘 파악 분석해야 한다.

중국식 표현으로 동해 출구가 열리면 동북 3성에서 동해를 거쳐 태평양으로 나간다는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 기치아래 중국은 나진항 1번 부두 운영권을 확보하고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의 동해 출구로 나진항을 이용하려 한다. 중국은 최근 북극해상운송 물류 연결점으로서의 극동 항만개발에 초점을 두고 동북지역의 Primorie-1과 Primorie-2 루트를 각각 러시아 자루비노항과 블라디보스톡항과 연결시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동북 2성(지린성, 헤이룽장성)의 물동량을 중국 남부로 옮기는 최적지 항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