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풍력산업 신규진입 시기…활성화 점치기엔 시기상조
정부 적극적 지원 필요…장기적 관점서 O&M 기술 육성도

전북 부안의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내 설치된 3MW급 풍력발전기. 서남해 해상풍력을 개발중인 한국해상풍력은 내년 말까지 국내사 터빈과 기자재를 사용해 60MW의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전북 부안의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 내 설치된 3MW급 풍력발전기. 서남해 해상풍력을 개발중인 한국해상풍력은 내년 말까지 국내사 터빈과 기자재를 사용해 60MW의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풍력산업의 확대가 예상되면서 덩달아 유지·보수 시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풍력 유지·보수는 대체로 터빈을 제작한 업체(OEM)가 1차 시장을, 소수의 독립 유지보수업체(ISP; Independent Service Provider)가 2차 시장을 담당한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어떨까.

◆ PF에 따라 유지보수업체 달라져

해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신규 해외 풍력발전기 터빈이 설치될 경우 유지·보수는 주로 터빈 제작업체가 담당한다.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담당하는 금융권에서 안정적인 발전기 운영의 담보를 위해 제조사의 개입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발전사업자는 터빈 제조사와 터빈 구매계약을 맺는 동시에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의 O&M(Operation & Maintenance) 계약을 한다.

한 풍력업계 관계자는 “(PF를 해주는) 금융권에서는 풍력 발전기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발전량이 예상만큼 나올 지에 대한 확신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전사업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해외 제조 터빈 업체와 O&M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PF 원리금 상환기간에 따라 O&M 계약기간도 달라진다. 원리금 상환 기간이 10년이라면 10년 간 O&M 계약을 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ISP가 설 자리는 어디 있을까. ISP는 주로 신규 풍력발전기가 아닌 노후한 풍력발전기의 유지보수를 맡는다. 신규 풍력발전기의 유지·보수를 터빈 제조업체가 맡는다면 터빈 제조업체와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ISP 업체에게도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다. 발전사업자도 비싼 비용을 주고 터빈제작사와 계약을 연장하기보다 ISP를 통해 유지·보수를 보다 저렴하게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 국내 풍력 발전 산업 육성은 O&M 기술력 제고 이끌 것

따라서 국내 풍력 O&M 업체들은 우선 국내 풍력 발전기의 유지·보수부터 차근히 경험을 쌓아가겠다는 각오다. 현재 국내에 있는 소수의 ISP 업체들은 국내산 발전기의 유지·보수를 맡는다. 해외 제조사 발전기를 다루기엔 발전사업자와 제조업체 간 계약이 끝나지 않았거나 기술력의 차이, 부품 공수 비용 등의 문제로 진입 문턱이 높은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내 O&M 업체들은 국내 풍력산업의 활성화를 강조한다. 부정환 한국에너지종합기술 대표는 “국내 풍력 유지·보수 업체의 확대는 곧 일자리의 확대와도 관련 된다”며 “국내 풍력 발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사 터빈 보급이 확대돼야만 관련 기자재 업계, 유지·보수 업체까지 이어지는 풍력 산업의 체인이 활성화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풍력발전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남부발전과 같은 대형 발전사에서도 O&M 기술에 대한 잠재력을 인지하고 있다. 김달태 남부발전 부장은 “당장은 O&M을 하며 얻는 수익이 많지 않더라도 길게 볼 때 풍력 산업에서 O&M 기술을 기른다는 것은 곧 풍력 발전의 경쟁을 키우는 일이라 본다”며 “지속적으로 풍력 발전기의 운영과 관리를 직접 함으로써 유지·보수 서비스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발전과 같은 일부 발전사는 터빈 제조업체에 직접 유지·보수를 맡기기도 하지만 자체 인력과 일부 유지·보수 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발전기 관리를 하고 있다.

◆ 유지·보수 시장 이분화 계속될까

앞으로 유지·보수 시장의 전망은 어떨까. 터빈 제조사와 ISP가 각각 맡는 유지보수 시장의 양분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 현재는 우세하다. 기술력의 차이 때문이다.

최재혁 베스타스코리아 팀장은 “풍력 기자재와 유지·보수는 바늘과 실 관계와 같다”며 “터빈이 많이 팔릴수록 서비스 시장도 확대되는 구조인만큼 터빈 제조업체에게 유지·보수 서비스 시장은 중요한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현재로서는 기술 면에서 ISP와 터빈제조업체 간의 격차는 많이 벌어져있다”며 “터빈 제조업체들과 ISP가 경쟁하는 시장은 결이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스타스의 경우 지금까지 전 세계에 설치해온 풍력발전기의 규모는 누적 80GW에 달한다. 최 팀장은 “바람의 풍속과 계절, 온도 등에 따라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예측할 수 있는 트렉 레코드를 계속해서 모아온 만큼 이를 이용하는 O&M 기술은 다른 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의 풍력산업이 신규 진입 시기에 있는 만큼 아직 유지·보수 시장 자체의 활성화를 점치기엔 섣부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근 풍력 유지·보수 시장이 커진 배경에도 오랜 기간 성장해온 풍력산업이 있었기 때문인데 아직 한국의 풍력산업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조금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연승 NH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 베스타스, 지멘스, GE와 같은 기업이 풍력 유지·보수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해당지역의 풍력 산업이 이미 오랫동안 성장해왔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풍력시장은 신규 시장이다 보니 누가 얼마만큼 유지·보수 시장을 점유할지를 점치기보단 풍력발전기의 설치가 수적으로 많아지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풍력발전기들이 리파워링(재건축) 할 시점에 다다른 경우가 많아 터빈제조사 뿐 아니라 ISP의 경쟁도 심화할 수 있는 환경이 배양됐지만, 한국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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