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 무분별한 냉방기기 사용 '눈살'
18~24도까지…법령 명시 공공기관 냉방기준 ‘28도’ 무색
전력예비율 충분 절전의지 약해져…철저한 감독・관리 요구

정부가 여름철 전력수급에 만전을 당부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부 공공기관에서 냉방기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공적인 역할에 대한 자성과 절전에 대한 강력한 실천 의지가 촉구된다.

또 정부가 지정한 전력수급 대책기간(7월 9일~9월 14일)만이라도 공공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냉방설비 가동 시 평균 28도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토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본지가 정부과천청사 건물과 지방이전 공기업, 공공기관 지역사업소 등을 대상으로 냉방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곳이 다수 포착됐다.

정부과천청사의 경우 약 20㎡ 규모의 회의실 냉방기기 표시온도가 18도를 가리키고 있어 눈을 의심케 했다. 지방이전 공기업과 지역사업소 6곳 중 4곳이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28도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수장이 자리를 비운 사무실과 공석인 임원의 사무실이 각각 22도와 24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여직원 혼자 있는 사무실 온도를 18도로 맞춰놓고 문까지 열어놓은 곳도 있었다.

실제 본지에 지방이전 공기업의 에너지 낭비 사례를 제보한 A씨는 5월부터 사무실 냉방이 시작됐고 온도가 21도 수준으로 매우 낮아 여직원들의 경우 점퍼를 착용해야만 근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중앙냉방시스템을 운영해 냉방기기 사용을 철저히 제한하는 공공기관도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열기가 느껴지고 선풍기 3~4대에 의지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냉방기기 사용이 무분별해진 것은 높아진 전력예비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는 2011년 9・15 순환정전 발생 이후 대규모 정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설비를 적극적으로 보강했다. 그 결과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피크 시 공급능력 또한 늘어났다. 올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8830만kW로 예상되고 공급능력은 1억71만kW로 예비율은 14.1%로 전망된다. 이처럼 전력예비율이 충분히 확보되면서 공공기관의 절전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5월 여름철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하면서 특히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일부 공공기관의 현주소는 정부의 정책이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초라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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