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속도 25km/h 불과…북한철도 낙후성 상상 이상”
“남북철도 연결, 역사·문화 토대 복원하는 상징성 커”

철도가 좋아 반평생을 열차에 몸을 실었고,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떠난 여행길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모아 지난해 말 세 번째 철도 서적까지 펴냈다.

경력 23년의 기관사이자, 역사·문화 등 인문학과 철도를 결합해 철도 분야를 대중에게 알린 저자. 박흥수 코레일 기관사의 얘기다.

철도 분야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그는 근래 들어 북한철도 전문가로도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2000년대 초 경의선 복원사업에 참여하며 북한까지 철도를 직접 운행해본 경험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처음 북쪽으로 넘어갈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철도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순간이니까요.”

박 기관사는 최근 자신을 향한 언론의 관심의 근저에는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 훈풍에 남북철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북한철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라, 그간의 경험이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본 북한철도의 낙후성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철로에 놓는 나무 침목은 썩을 대로 썩어 위태롭게 보이더군요. 인프라가 너무나도 노후화돼 도라산역 북측 구간을 운행하는 데 25km/h의 속도를 내는 게 고작이었죠.”

그는 언론지상에 등장하는 북한철도의 현황은 ‘숫자’에 불과할 뿐, 북한의 실상을 오롯이 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남북철도 전망을 묻는 말에, “사실상 노선을 신설하는 수준의 개량·보수가 필요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이유다.

“남북철도 연결이 가시화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아마도 북측 구간에서 남한에서 달리는 새마을·무궁화호 수준까지 속도를 내게 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죠. 다만 초기 단계에서 사업의 틀만 잘 짜놓는다면 우리의 예상보다도 빨리 북한으로, 그 너머의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3권의 책을 쓴 철도 분야 전문가답게 남북철도 사업이 가지는 당위성과 의미를 고려해야 한다는 인문학적 소견도 전했다. 남북철도 사업만 두고도 ‘북측 퍼주기’라는 부정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만을 논의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사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업에 대한 비판들은 그간 남북 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경의선은 일본의 중국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동해선은 함경북도 지역 자원수탈의 도구로 이용됐던 슬픈 역사가 있죠. 남북철도 연결은 이 아픈 역사를 딛고서 우리철도의 가치와 의미를 복원하는 상징적인 사업입니다. 이후 우리가 가진 상상력을 더하면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죠. 열차를 타고 압록강 철교를, 북한의 최북단 경계를 넘는 그날까지 한마음으로 이 사업을 지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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