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 "그린벨트 상태서 수차례 헐값 수용...LH 폭리 취해"
LH "법규정대로 문제없다"입장, 국토부도 협의체 구성서 빠져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토지수용에 반대해 부산 기장군 석산마을에서는 70대 노인들이 상여를 옆에 두고 한 달 넘게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500여년 역사를 지닌 기장 석산마을, 이 마을 주민들 평균연령은 70대 이상의 노인들. 올해 90세인 손일상 할머니는 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마을을 지켜왔다.

LH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기장군 기장읍 석산리 석산마을 일대 내리2지구 15만8211㎡를 공공주택지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지역은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구 인근에 위치해 있다. 도시철도 동해남부선 오시리아역 및 부산~울산고속도로(동부산IC)가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동부산점, 힐튼 아난티코브 등이 위치한 오시리아관광단지(366만2000㎡)가 인근에 있으며 세계적 가구 기업 이케아(IKEA)도 조만간 들어설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강제수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민 대부분 인근 주변 땅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인데 동부산관광단지, 부산울산고속도로, 내리1지구 공공주택, 도로확장, 하천정비, 철도복선 등의 사유로 그린벨트 상태에서 헐값으로 수차례에 걸쳐 수용됐다. 부재지주까지 포함하면 11차례나 수용된 사람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LH가 그린벨트 상황에서 토지를 수용해 그린벨트 해제 후 일부만 본래의 목적으로 공공임대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민간에게 파는 식으로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린벨트에 묶인 마을 사람들 땅과 인근 아파트 단지 땅의 시세차액이 8배가 되며 LH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LH 측에서는 법에 규정된 데로 수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식투쟁 중 2명이 무리한 단식으로 병원에 실려간 이후 릴레이 단식으로 변경했으며 한 달 넘게 단식 중에 있다. 태풍과 장마에도 단식을 멈추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본격적인 무더위 이후 어르신들의 생명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LH 본사 손귀득 스마트 도시계획처 차장은 “극단적인 상황을 예정해서 말하지 말라”고 말할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 주변시세를 고려해 보상해준다는 보도에 대해 손 차장은 “아무리 주변시세를 고려해준다고 해도 원칙이 동일 지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과 풀린 지역을 비슷하게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상여를 메고 LH 본사, 부산의 부울 본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수차례 시위를 했다. 지난 4월 10일 LH 본사 시위에서 마을 주민, LH, 기장군청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책임소재가 있는 국토부에서는 선례가 없는 일이라며 협의체 구성에 빠져 소통의지를 의심케 했다. 또 주민들 몰래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자필 확인서를 담당자인 손 차장으로부터 받아냈을 뿐이다.

기장군청과 국토부, LH의 소통부재도 지적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기장군청에서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올해 4월 완공 예정으로 마을 앞에서 송정방향으로 2차선 도로를 개설, 90% 완공된 상태로 130m 정도 남았는데 마을 전체가 수용되니 이 도로 공사도 중단된 상황이다. 결국 국토부 혹은 LH에서 기장군청에 공사비를 보전해주겠지만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주민들은 보상금액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시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에 섭섭한 마음을 내비쳤다.

주민들 대부분 평균연령이 70대 이상이고 평생 농사를 지어 인근 반여동 농산물 시장에 내다 파는 식으로 먹고살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보상금으로 다른 곳에서 살 수 있지만 나이 든 노인들에게는 힘들다는 것이다.

신상철 수용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보상받은 금액으로 인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없으며 정부에서 대토(代土)를 하라고 말하지만 인근에는 대토할 농지도 없으며 현실적으로 농지 값이 올라 살 수도 없다”면서 “이사를 갈 바에는 차라리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10대 후반에 시집 와 70년째 살고 있는 정판서 할머니는 “7대째 살고 있다며 죽으면 죽었지 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5대째 마을에서 살아온 마을 이장이자 대책위 회장인 김명찬(64)씨는 “지역에서도 그린벨트를 해제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LH가 수용하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 두면 언젠가는 그린벨트도 풀릴 것”이라면서 “LH가 그린벨트 상태에서 수용해 그린벨트를 해제시키고 이익을 취한다”며 비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금까지는 농지 등을 수용당해도 국가에서 하는 일이라 참았다”면서 “마을 앞에 2차선 도로도 생기고 이제 살만하니 마을을 수용해 나가라고 하는 게 과연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맞냐”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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