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에 가본 찬란했던 ‘바실리카 성당’
금빛 물결은 빛을 잃고 감동 또한 지워져

베니스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수십년 안에 대부분이 물에 잠길 터라 록펠러 재단에서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아보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는 이야길 들은 것이 한 25년 전인 것 같다. 150개가 넘는 섬, 180개에 가까운 운하, 410개가 넘는 다리로 이루어진 베니스. 나에게 베니스는 어렸을 때읽던 『베니스의 상인』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어 별 준비와 정보 없이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모든 교통수단이 전부 ‘배(boat)’라는 것에 세상엔 별의별 나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소방차도 배, 시내버스도 배, 자가용도 배, 그래서 아름다우면서 대단하고 신기하기도 한 도시였다.

그리스도 승천일에 열리는 베네치아인의 축제일에 국가 원수가 리도 항구로 나가 준비한 금반지를 바다에 떨어뜨리면서 “너와 결혼한다. 바다여. 영원히 내것이어라!”라고 말하는 전통이 있을 만큼 베네치아에게 바다는 절대적인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베니스를 배경으로 쓴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읽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가물가물 하지만 이번엔 샤넬의 패션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준 장소이기도 해서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로마에서 이딸로italo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3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베니스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찾은 베니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서너 번 이곳을 다녀갔지만, 숙박은 이번이처음이다. 이곳에서 5일간 머물면서 베네치아의 여러 곳을 탐하기로 했다. 이번에 묵는 호텔은 굉장히 비싼 호텔이어서 기대를 하고 갔는데 방사이즈가 너무 적고 창도 아주 적었다. 호텔 이름은 ‘Canal Grande’이름으로 보아 이렇게나 적을 줄은 몰랐다. 내부 인테리어는 황금색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실내장식 분위기였지만 사이즈는 마치 옛날 한옥의 서너 자짜리 방만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 방이 적기만 한 게 아니라 교통도 불편하여 결국 교통이 아주 좋은 본섬의 작은 호텔로 옮겼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베네치아도 날씨가 좋을 때와 안개가 끼었을때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안개가 많이 끼기 시작하는 10월부터 다음의 2월까지는 다른 유럽과 마찬가지로 해 구경을 하기 힘들고 베니스도 아름답다는 표현을 하기가 쉽지않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오래전 밀라노에 출장을 왔을 때 직원들을 끌고 아름다운 베니스를 보자며 열차를 타고 왔었는데 안개로 가득 찬 베니스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멀었다. 28년 전 처음 보았던 ‘바실리카 성당’의 찬란했던 금빛 모자이크는 지금은 너무 빛을 잃어서 안타까울 정도다. 내가 밟고 들어갔던 금빛 모자이크 바닥도 사라져 버렸고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밀려들고 있어서 밀려다니다 끝나는 분위기였다. 옛날의 감동은 다 지워지고 없었다. 그나마 산마르코 광장은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오래된 나머지 검게 그을린 듯한 검은 색이 깨끗하게 세척이 되어있어 예전과는 아주 다르게 보인다.

두칼레 궁전에 있는 ‘카사노바’의 감옥을 투어하는 프로그램은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고 개인의 개별적인 입장은 허용이 되지 않는다. 가이드가 그 유명한 탄식의 다리와 카사노바가 감옥에 있을 때 일어난 일들을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는데 다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까 서울에 가면 시간을 내서 ‘카사노바에 대한 책을 한번 읽어야지’라고 벼른 기억만 남아있다.

글・그림・사진 /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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