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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고준위방폐장…시행착오 줄여야
1990년 안면도 시작 2005년 울진・영광까지 총 9차례 부지선정 실패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건설 30년 걸려…美・日 등 해외 사례서 답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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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가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고준위방폐장 부지확보는 ‘실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 안면도를 시작으로 2005년 울진, 영광을 비롯한 10곳까지 총 9차례 방폐장 부지선정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정부가 방폐장 부지를 물색한 지 30년 만인 2015년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이 준공됐다. 정부가 당초 계획과 달리 중저준위방폐장과 고준위방폐장을 분리해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결과이기도 하다. 중저준위방폐물은 고준위방폐물보다 방사선량이 50억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기 때문이다.

중저준위방폐장을 확보하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할 때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어림잡기조차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준위방폐물 부지선정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관련 정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美 유카 마운틴(Yucca Mountain) 프로젝트…동의에 기초한 접근·중립적 소통 촉진자
미국에서는 민간 전력회사가 운영하거나 연방정부가 소유한 원자력시설에서 연평균 약 2000t의 고준위방폐물을 배출하고 있다.

1982년 제정된 방폐물정책법은 연방 에너지부 내 ‘민간 방사성폐기물 관리국’을 고준위방폐물 처분의 주체로 지정해 연방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했다. 이에 따라 1982년 시작된 미국의 고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의 입지선정절차는 지역주민, 주정부 등 지역사회의 의견수렴 부족으로 강한 반대를 일으켰다. 결국 2009년 오바마 행정부는 고준위방폐장 부지로 선정된 네바다주 유카 마운틴 지역에 대한 입지선정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2013년 에너지부가 마련한 ‘사용후핵연료 및 고준위방폐물의 처분과 관리전략’에 따라 고준위방폐물과 상업용 사용후핵연료 운반, 저장, 처분하는 종합적인 방폐물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동의에 기초한 입지선정절차’를 설계했다. 이 절차는 크게 ▲동의에 기초한 입지선정절차 개시 및 지역사회 초청 ▲예비 입지평가 ▲세부 입지평가 ▲협약체결 ▲인허가, 건설, 운영, 폐쇄 등 5단계로 구분되며, 세부적으로 17단계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사업 초기단계부터 주정부, 지방정부, 지역주민에게 충분한 정보제공과 연방정부와 지역사회 간의 협의와 참여가 가능하다.

특히 지역사회가 입지 공모 지원과 철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방정부는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철회권을 보장하며,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협약 체결 전까지 주민의견을 토대로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중립적인 제3의 ‘소통 전문 촉진자’를 둬 당사자 간 감정완화를 통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미국은 대안적 분쟁해결제도를 통해 법에 의한 강제적 해결보다는 공공갈등해결과정에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중립적 소통 촉진자를 매개로 고준위방폐장 입지선정절차를 진행한다면 갈등을 완화하고 의사결정의 신뢰도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日, 과정의 투명성과 정보공개·장기적 정책추진
한때 54기의 원전을 운영했던 일본도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특정 방폐물의 최종처분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0월 우리나라의 원자력환경공단과 성격이 유사한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NUMO)를 설립했다. 이후 상당기간이 경과됐지만, 문헌조사도 진행되지 않는 등 관련절차 진행이 미비한 상황이다.

일본의 부지선정절차는 절차의 투명성과 정보공개, 장기적 정책추진이 특성이다.

일본은 특정 방폐물의 최종처분에 관한 법에 근거해 ▲문헌조사 ▲개요조사 ▲정밀조사를 거쳐 부지를 선정한다. 3단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해 조사범위를 규정하고 구체성을 높이면서 안전한 지층 처분이 가능한지를 평가한다.

단계별로 결과를 공표하면서 차기 단계의 조사 계획과 관련 정보를 해당 지자체장에게 제공한다. 지자체장은 최종 처분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의견을 제시한다. 만일 반대할 경우 절차진행이 중단된다.

또 일본은 부지 선정 과정에서 문헌조사 2년, 개요조사 4년, 밀착조사 14년 등 총 2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년가량 정책 추진 과정을 거치면서 지속적인 설명회와 의견교환모임을 개최하는 등 지역주민과 지자체와의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작성 : 2018년 07월 05일(목) 11:33
게시 : 2018년 07월 06일(금) 09:38


조재학 기자 2jh@electimes.com        조재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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