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부산생명의숲 이사
김영춘 부산생명의숲 이사

필자는 작년 5월 9일 동아일보 독자투고를 비롯, 부산 지역언론에 생태계 파괴하는 소나무재선충 항공방제의 중단을 요구하는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금년 봄 산림청의 발표에 의하면,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부산을 제외하고 전국 29개 시군구 5,061ha에 소나무재선충을 박멸하기 위해 항공방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이미 재선충 피해가 전국에 확산돼 박멸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고, 생태계만 파괴하고 효과는 미미한 항공방제를 고집하는 산림청의 전례답습적 무사안일 행정이 답답하다.

1988년 10월 부산 금정산에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집단으로 고사해 산림청 임업연구원 및 식물검역소가 합동조사한 결과 소나무재선충 피해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소나무 포장재가 부산항을 들어올 때 소나무재 속에 있던 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봄에 탈출해 금정산 소나무 잎을 갉아먹을 때 재선충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은 재선충으로 인해 전국토의 소나무가 궤멸적인 피해를 입고 도심의 공원과 해안의 방풍림을 제외하고는 거의 방제를 포기한 상태다.

재선충은 1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선충으로 운반체인 솔수염하늘소가 늦봄에 소나무 속에 월동하다 성충이 돼 소나무를 갉아먹을 때 몸속에 있던 재선충이 소나무 속으로 들어가 급속히 번식해 물공급을 막아 소나무를 고사시킨다. 재선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는 솔수염하늘소 애벌레가 소나무재 속에 들어가 월동할 때 고사한 소나무를 소각하거나 늦봄에 소나무에서 탈출해 날아다니는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을 항공방제로 잡는다.

1988년 10월 첫 피해 확인 후 전국적으로 항구 주변과 산림을 정밀조사한 결과 피해는 부산 금정산 일대에 한정돼 있다고 판단하고 소나무재선충 박멸 10개년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일단 감염되면 100% 고사하므로 소나무에이즈라는 별명까지 붙어 금정산에서 못잡으면 전국의 소나무가 전멸할 수 있다는 절박감에 다음해 봄부터 고사한 소나무를 색출해 소각하고 항공방제를 시행했다. 이후 금정산 일원에 10년간 항공방제를 했지만, 4,5년이 지나 함안,진주 등에서 발생하다가 이제는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당시 박멸한다는 목표 하에 생태계파괴를 각오하고 항공방제를 했던 것인데 이미 재선충의 박멸이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항공방제는 소탐대실이다. 띄엄띄엄 나타나는 광범위한 피해지역 중에서 집중적인 피해지역에만 항공방제 구역을 설정할 수 밖에 없는데,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할 수 밖에 없고 방제 후의 방제효과를 검증할 수도 없다. 3cm나 되는 딱딱한 등껍질을 가진 솔수염하늘소를 죽이는 약제는 나비, 잠자리, 벌 등 많은 다른 곤충도 죽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리고 당초 금정산의 소나무재선충을 박멸하지 못하면, 피해가 확산되어 우리나라의 소나무를 전멸시킨다는 예측도 빗나갔다. 물론 전국적으로 피해가 국지적으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예상처럼 전멸의 수준은 아니다.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지역에서 가까운 소나무숲에 방제를 하지 않은데도 소나무가 건강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쨌든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며 유용한 곤충들을 몰살시키는 항공방제는 중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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