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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 교수의 월요객석)칠천량 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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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 고려대학교교수
정유년에 왜군이 부산을 다시 침공할 때 거제도 인근 칠천량에서 있었던 전투로, 100척이 넘는 판옥선, 거북선 중 단 12척만 남게 되는 조선 수군의 황당한 패배인 칠천량 해전은 무능한 지휘관 한 명이 최정예 부대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물론 지휘관의 무능함이 패전의 주된 첫 번째 원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패전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
당시 왜군이 이미 부산에 상륙해 있어서 수군만의 공격으로는 적을 이길 수 없어 공격을 하지 않던 이순신 장군을 왕의 공격 명령을 따르지 않은 죄로 파직하고 자신은 부산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장계를 올린 무능한 사람을 그 후임으로 임명한 것이 두 번째 원인이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후 원균도 전투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전투를 미루게 되고 이에 선조는 계속 공격을 명하고 권율을 보내어 곤장까지 치게 하면서 전투를 압박하였다. 마지못해 시작한 전투는 전멸에 가까운 패전으로 이어졌고 조선 전체가 전쟁을 다시 겪도록 만들었다.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 세 번째 원인이었던 것이다. 실제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약이나 정책을 만드는 형태로 요즘에도 흔히 보게 된다. 현재 전력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건에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 등 정부의 에너지 정책들은 전력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장기 계획들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토론과 서로 간의 학습 과정을 거쳐서 수립된다. 위원회를 통한 결정 과정에서 논의 대상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해 관계가 얽힌 많은 주제들을 분야별로 구분한 후 구분된 전문 분야에 대해 사실에 기반한 전문가 의견으로 그 시점 그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회의 내용은 바로 공개하여 사실에 기반 하지 않은 논의로 잘못된 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경계해야한다. 체육 정책 수립을 위한 종목별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한 회의라면 당연히 해당 종목과 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야구 전문가라면 야구에 대하여 사실과 정확한 의견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충분한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축구에 대해서는 회의에 참석한 축구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야 최선의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안정성과 경제성 검토나 전문적인 연구를 통한 결과로 결정될 사항들을 대중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되는 것은 그 역할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 큰 이유일 것이다. 사실이 아니거나 편향되어 있는 의견으로 잘못된 결정에 이르게 한 적은 없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반대하지는 않았는지 필자를 비롯하여 여러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돌아봐야할 것이다.

낙관적인 사람이 만드는 비행기와 비관적인 사람이 만드는 낙하산 모두가 세상에 기여를 하지만, 비행기 만드는 것을 방해하거나 낙하산을 못 만들게 하는 사람은 세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들로 인한 큰 혼란과 손실을 줄이기 위하여 진짜 전문가들의 합리적 결정이 존중받도록 해야 한다.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의 대규모 보급, 원자력 발전 및 석탄화력 발전의 축소, 동북아 국가 간의 전력계통 연계, 북한 전력 인프라 개선 등 전력 산업 주변 환경에서의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변화들은 많은 이해 관계 상충을 필수적으로 동반하며, 이 문제의 슬기로운 해결은 전력 산업 관련 전문가들이 담당할 역할이다.

해결 책임을 맡은 기관은 전문가라고 얘기만하는 원균이 아닌 실제 결과를 통해 검증된 이순신 역할을 해야 하고,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사실에 근거하여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그것이 전문가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하고 사실에 기반 하여 판정할 일들을 더 이상 투표로 결정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작성 : 2018년 06월 28일(목) 09:18
게시 : 2018년 06월 29일(금) 09:07


장길수 고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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