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전선업체 코스모링크가 선진국 안전기준을 만족시키는 내화케이블을 새롭게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830℃에서 최대 120분 동안 가열하는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설비 붕괴 등을 가정한 타격 상황에도 버텨야 하는 IEC 국제규격을 만족시킨다.

나아가 보다 높은 온도 환경(950℃)과 타격 조건에, 스프링클러 등 소화 작업이 있을 경우까지 상정한 ‘분무’ 상황이 더해져도 제품의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영국국가규격(BS)까지 충족시킨다.

겨우 ‘750℃에서 90분 동안’ 견뎌야 하는 국내 내화케이블 성능 기준을 월등히 넘어선다.

내화케이블은 소방용 전원과 연결돼, 화재 시 소방설비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내화전선에 문제가 생기면, 옥내소화전이나 스프링클러, 대피 유도등, 화재감지기, 연기배출설비 등 소방방재시설에 전원을 공급할 수 없어, 인명·재산 피해가 보다 확산될 수 있다.

때문에 보다 안전한 제품이 개발되고,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반면, 국내 규격이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입맛이 쓰다.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내화케이블과 같은 안전 관련 기자재의 성능을 높이는데 매진해 왔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 IEC 국제표준이나 영국 기준을 제외하더라도, EU와 인근 중동 국가, 호주·뉴질랜드 등은 국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내화케이블 규격을 강화해둔 상태다.

이는 단순 시장 논리를 통한 접근만으로는 결코 국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터다.

실제로 코스모링크 외에 LS전선·가온전선 등에서도 고내화 케이블이 나와 있지만,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내화전선만이 팔리고 있다.

코스모링크도 신제품을 내놨지만, 당장 시장에서 팔릴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결국 안전과 관련해서는 보다 강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제천, 밀양 사고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세종시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다. 정부는 국가적인 화재안전 확보대책을 세웠다고 홍보해 왔지만, 여전히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과 관련해서 여전히 후진국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규제 완화니 뭐니 하는데, 선진국들은 국민 안전에 앞서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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