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인류가 당면한 에너지 관련 과제는 대략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필요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해야 하며, 둘째 에너지 가격이 합리적 수준이어야 하고, 셋째 환경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서로 상충되는 조건이어서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갖춘 에너지는 현재까지 없다. 이를 두고 ‘에너지 3중고’라고 한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196개 참가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으며, 형평성 및 각국의 사정을 고려하여 공통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추진하되 각국은 자발적으로 5년마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제출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감축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양 (BAU) 대비 37% 감축하는 것을 목표를 제출하였다. 국 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 3 가지 과제 중에서 셋째, 환경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당면과제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주로 안정적으로 값싼 에너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하여 왔다면, 이제부터는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 수급정책을 펼쳐야만 하는 당위성이 명확해졌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도 그린에너지 정책을 펼쳐왔으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탈석탄, 탈원전 정책을 앞세운 에너지 전환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펼치기 시작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에 포함되어 있던 신규 석탄발전소 6기를 LNG로 연료전환하고, 신규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 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을 지난해 12월 발표하였다. 이와 관련 정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일자 정부는 ‘탈석탄, 탈원전’이라는 용어 대신 ‘에너지 전환’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사실 용어를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을 누그러뜨리는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의미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므로 써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대표하는 ‘창조경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위에서 언급한 에너지 관련 3대 과제는 어느 국가에게나 동일하다. 다만 국가 사정을 고려하여 3 가지 과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에너지정책의 진정한 목표이다. 즉, 에너지전환이 목표가 아니라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비용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에너지 전환이라 함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석탄이나 원자력(우라늄)에서 태양광이나 바람으로 전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력이나 원자력발전과 달리 변동성이 강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의 경우 생산되는 전력이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별도의 예비전원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송배전 계통역시 더욱 높은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와 같이 태양광 및 풍력발전량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로 확대할 경우 기존의 중앙집중식 대형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 비하여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 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현재까지 어떠한 구체적인 연구결과도 없다. 게다가 변동성 전원에 대한 예비전원 역할을 하는 LNG 발전의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그러니 만큼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현재로서는 의욕적인 목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 그뿐이 아니다. 정책전환에 따라 산업분야에서 발생하게 될 기회손실 역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책의 당위성이 명백하다고 하더라도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수반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 하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적 당면과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과 가계가 일정수준의 부담을 각오하여야 한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막연하게 전력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느니, 다른 나라는 이미 잘 하고 있다는 식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명쾌한 정책의지를 표명하는 것 못지않게 전문가들의 지혜와 연구결과를 모아 사실과 의지,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정책 성공의 지름길 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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