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담시 관련 사업주에게 막대한 석탄화력보조금 제공하는 것과 같아”
“석탄화력에만 제재, 논리 미약…조달비용 불확실한 상황 책임소재 시기상조”

22일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온실가스 해외감축 비용 관련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왼쪽부터 서흥원 환경부 기후전략과 과장, 박찬종 한EU배출권거래사업 협력단 이사.
22일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온실가스 해외감축 비용 관련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왼쪽부터 서흥원 환경부 기후전략과 과장, 박찬종 한EU배출권거래사업 협력단 이사.

온실가스의 해외 배출권 구매에 관한 의무를 석탄화력 등 발전 부문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차전력수급기본계획 중 급격하게 증가한 석탄화력 발전소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2일 국회에서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온실가스의 해외감축비용 책임 소재를 놓고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석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2013년 6차전력수급계획 당시 11기의 신규석탄화력 발전소가 건설 결정됐고, 해당 발전소로 인해 늘어나는 온실가스량을 고려한 해외감축분의 비용 부담을 이들에게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만일 정부가 신규석탄화력 발전소가 부담해야할 해외 배출권 구입 비용을 전부 부담한다면 이는 관련 발전사업의 사업주들에게 막대한 석탄화력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신규 석탄화력에 더 엄격한 제재인 해외배출권 구입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들에게 더 강력한 대기오염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법 원칙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신설 석탄화력 발전소일수록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규제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면서 2021년부터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이전 교토체제에서와 달리 선진국·후진국 간의 구별이 없어지면서 모든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된 것이다. 한국 역시 이러한 의무를 분담, 자발적인 감축 기여 목표(Nationally Determinded Contributions, NDC)로 2030년 배출 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또 이 중 11.3%는 국제 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6년에 발표된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 따르면 해외감축목표 11.3%p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0년간 해외에서 배출권을 단순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8.8~17.6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총 5억 4000만톤, 연 평균 약 5400만톤, 연간 최대 약 9600만톤의 해외 배출권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면서다.

때문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11.3%p의 해외배출권을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사오기로 했는지 책임 분담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박찬종 한EU배출권거래사업 협력단 이사는 유럽의 예를 들면서 신설 (화력) 발전업종의 일부 수익을 배출권 유상거래로 얻어 국가가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에 쓰는 사회적 정의 실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올 때 그게 몇 퍼센트이던 결과적으론 국민이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부담하기로 결정하면 납세자가, 산업계, 특히 발전업종이 부담한다면 소비자로 전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를 이용해 유상할당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국민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비용을 부담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가 나서서 배출권 거래제를 경매로 시행, 수익을 확보해 이를 사회에 환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상할당이란 할당된 배출권을 정부가 일정한 경매 방식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대상 업체들은 배출권 구입 비용이라는 경제적 부담이 생기지만 필요한 양만큼의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배출권거래제 1기 기간 동안에 정부는 거래제의 안착을 위해 배출권의 전량 무상할당을 실시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2차 계획기간 동안에는 일부 유상할당으로 기업들에게 배출권을 팔아야 한다.

박찬종 이사는 발전업종이 해외 시장에서의 배출권 구매 부담을 안는 것에 대해 ‘발전업종이 부담을 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유럽 내 배출권 거래의 사례를 보면 유럽에서 발전업종들은 100% 배출권을 경매로 산다”면서 “동유럽의 몇몇 국가는 (발전업종에게) 일부는 무상, 일부는 유상으로 여유를 주지만 대체적으로 선진국들은 유상할당을 실시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석탄화력 중심에서 영국은 가스복합발전, 독일·네덜란드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는 것이 이와 맞닿은 결정이란 얘기다.

이날 토론에서는 토론회의 의도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미리 석탄화력을 제재해야한다는 답을 정해놓고 토론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것.

강윤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미리 (발전업종의 ‘비용부담’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토론회인 줄 알았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해외 감축분에 대한 방향이 어떤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얘기하는 자리라 생각하고 토론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석탄화력에만 제재를 가해야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미약하다”며 “6차전력수급계획이후로 석탄화력만 늘었냐하면 그게 아니다. 철강, 석유화학(설비)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11.3%의 해외 감축을 미리 (여러 조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대균 에너지공단 기후정책실 실장은 “현재는 처음에 수립한 배출권 거래제의 목표치를 조정하는 단계”라며 “발제자가 얘기한 것은 발전 부분에서 향후 (온실가스 배출 비용 부담을) 감당할 것을 높여야겠다는 제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실장은 현재 시점에서 11.3%의 배출권 해외시장 조달 부담에 대해 비용이 얼마가 들지 불확실한 만큼 책임소재를 묻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북한과의 공동 온실가스 감축 이행 등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해외에서 배출권을 아직 사본적도, 투자도 해본 적 없는 상황에서 얼마가 들 것이며 누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하는 단계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 감축하든 국외에서 감축하든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흥원 환경부 기후전략과 과장은 “국내 정책을 고려하면서 해외 감축분을 어떻게 할 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남북 문제와 같이 큰 이슈가 있다면 이 역시 감축분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시점에서 (감축량 등이) 결정된다고 해서 모든게 확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 과장 역시 “지금 할 수 있는 건 시장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최대한 (해외 감축분보다는) 국내 부담으로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안에 온실가스 감축 중장기 로드맵과 배출거래제 2차 계획기간 할당량 수립에 관한 초안을 발표하고 7월 내로 수정,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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